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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의 아버지’ 앨런 스콧 별세…“독으로 여러 인생 바꿨다”

입력 | 2022-01-13 11:35:00


주름을 펴는 용도로 성형외과에서 사용되는 보톡스를 개발한 미국 의학자 앨런 스콧 박사가 향년 89세 나이로 별세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톡스의 아버지’라고도 불린 앨런 스콧 박사는 지난달 16일 미국 남서부 캘리포니아주 그린브래 소재 병원에서 패혈증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스콧 박사가 개발한 보톡스는 주름 제거 등 미용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전 세계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월부터 9개월간 보톡스 전 세계 판매량은 33억달러(약 3조9천억원)에 달한다.

보톡스 인기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으며, 한 때 “보톡스를 맞은 배우들이 표정 연기 능력을 잃었다며 영화감독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수많은 이들의 유명을 달리하게 했던 독(毒)이 스콧 박사의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의 운명을 다른 의미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앞서 안과 의사였던 스콧 박사는 신경 조직을 파괴하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 식중독균을 연구해 망막분리증 수술을 받은 환자가 겪는 사시(邪視)를 교정하는 데 처음 사용했다. 환자의 눈 주변에 독소를 주사해 사시 교정에 성공한 것이다.

1978년 최초로 시도한 치료가 성공하며 보툴리눔 주사는 사시(邪視) 교정 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편두통, 턱관절 장애 등을 치료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당시 환자들은 주사 후 근육이 마비되며 몇 달에 걸쳐 시술 부위 언저리의 주름이 펴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당초 청산가리 100배에 달하는 독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체에 치명적이라 알려졌던 보툴리눔 식중독균이 그 용도를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보툴리눔 연구에 착수한 스콧 박사는 당시 제약사 지원을 구하지 못해 자택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스콧 박사가 연구한 약물은 ‘오큘리넘’이라는 이름으로 1989년 미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박사는 2년 후 1991년에 해당 약물 제조권을 미국 제약사 알레그랜에 매각했다. 이어 알레그랜 측이 오큘리넘의 상표명을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보톡스’로 변경했다. 계약 당시 스콧 박사에 지급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스콧 박사는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보톡스 제조권을 매각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집도 사고 자녀 학비도 마련했다”, “내가 개발한 약물이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으니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신은 “어차피 돈을 잘 쓰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