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사상 첫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레이첼 볼코벡(35) 템파 타폰스(뉴욕 양키스 산하 로우 싱글A) 감독이 감독직에 오르기까지 녹록치 않았던 과정을 고백했다.
볼코벡 감독은 13일(한국시간) 현지 언론들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야구단에 들어가려고 이력서에 남성스러운 이름을 적기도 했다”며 “내가 감독이 된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다. 암울한 시기도 있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했다. 어렵게 이 자리에 온 만큼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볼코벡 감독은 스포츠역학과 인간운동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대학 졸업 후에는 소프트볼 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이 끝난 뒤 탄탄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새 직장을 찾지 못했다.
수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에 이력서를 냈지만, 그를 고용하겠다는 구단은 없었다. 한 구단으로부터 “상사가 컨디셔닝 코치로 여성을 고용할 수 없다고 했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유리천장’을 체감한 볼코벡 감독은 이름을 고쳐쓰기도 했다. 그는 “성별을 이유로 면접조차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 이름 ‘레이첼(Rachel)’을 ‘레이(Rae)’로 바꿔서 이력서를 냈다”고 소개했다.
이름을 바꿔서 낸 이력서는 효과가 있었다. 고용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것. 볼코벡 감독은 2014년 세인트루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풀타임 컨디셔닝 코치로 일할 수 있게 됐다.
타격코치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볼코벡 감독은 양키스 산하 싱글A 사령탑까지 오르게 됐다.
볼코벡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선수들의 애인과 반려견, 가족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이 목표다. 젊은 선수들이 압박감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선수들의 성장 환경을 개선하고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우리에게 한계란 없다. 볼코벡 감독은 결단력있고, 강하고, 끈기가 있다”며 “여성이 무슨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