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약사 화이자로부터 구매한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13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먹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2만1000명분이 13일 오후 2시 47분 한국에 도착했다. 이 약은 14일 전국 89곳의 생활치료센터와 지정 약국 280곳에 분배돼 곧바로 환자들에게 무료로 처방된다.
방역당국은 당분간 팍스로비드 국내 도입 물량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일단 재택치료를 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사람 가운데 65세 이상 또는 면역 저하자만 처방 대상으로 정했다.
팍스로비드는 투약 조건이 다른 약품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인 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14일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는 사람은 10일 이후에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 한정된다.
이처럼 투약 대상이 한정돼 있고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초기에는 먹는 치료제 복용을 원하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재택치료를 하는 청소년이나 청장년층에서 팍스로비드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순원 서울의료원 재택치료담당팀장은 “먹는 치료제 도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나는 치료제를 언제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30, 40대 재택치료 환자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는 팍스로비드 도입 물량이 늘어나야만 해소될 수 있다. 방역당국 안팎에서는 2월 셋째 주까지는 팍스로비드가 65세 이상 또는 면역 저하자에게만 처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때까지 들어오는 팍스로비드 총 물량은 3만1000명분으로, 하루 1000명 정도 처방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4000명 안팎이다.
팍스로비드는 2월 중하순에나 국내에 추가로 들어온다. 방역당국은 “2월 중하순에 들어오는 먹는 치료제 물량이 1월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말이 지나야 먹는 치료제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5세 이상이나 면역 저하자를 제외한 나머지 코로나19 환자들은 이때부터 처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추가 도입 물량에 따라 투약 기준을 조정할 계획이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은 “먹는 치료제의 수급 및 투약 상황을 자주 평가하면서 투약 대상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