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식료품점 텅 빈 진열대 “오늘 물건 오지만 시간은 말못해” 직원 감염에 지점 폐쇄-영업단축 오미크론 확산, 공급난 가중시켜 공급난이 인플레 부채질 악순환
美 생필품 공급난… 텅 빈 뉴욕 마트 빵 진열대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 한 마트의 텅 빈 진열대에서 고객이 빵을 고르고 있다. 이날 뉴욕시의 다른 마트나 식료품점 사정도 비슷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력난과 물류난이 커지면서 공급망 위기가 다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에선 이런 위기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옆 계란 코너도 마찬가지였다. 매대 절반이 비어 있어서 원하는 브랜드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빵은 더 심했다. 진열대 두 칸에 제품이 하나도 놓여 있지 않았다. 한 남성 고객은 꼼꼼히 적어 온 ‘쇼핑리스트’를 연신 쳐다보며 물건을 찾았지만 계속 “아, 이게 아닌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넓은 매장에 손님은 바글바글했지만 상품을 진열하고 고객에게 응대하는 직원은 한두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 텅 빈 식료품 매대… 장보기에 ‘죽을힘’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빈 선반(empty shelves)’을 검색하면 월마트 같은 미국 전역 대형마트의 휑뎅그렁한 진열대 사진이 쏟아진다. 한 이용자는 트위터에 텅 빈 매장 사진을 올리며 “이곳은 제품보다 가격표가 더 많다”고 씁쓸해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생필품 공급난 양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더 심각해졌다. 식품가공 및 물류업체와 마트 등의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무더기 감염돼 이탈하면서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이상기후로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 몰아친 토네이도와 눈 폭풍도 유통망에 큰 타격을 줬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컨색에 있는 한 대형마트 진열대가 비어 있는 가운데 ‘당신이 원하는 상품이 곧 도착할 것’이라는 메모가 붙어 있다. 해컨색=AP 뉴시스
○ 인플레이션 부채질하는 美 공급망 위기
오미크론 변이는 공급난과 인플레이션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 외에도 교통과 치안, 의료 같은 주요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소방관의 13%, 응급의료요원의 18%, 경찰의 10%가 코로나19로 병가 중이다. 뉴욕 지하철은 기관사 등이 부족해 3개 노선 운행이 중지됐다.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원의 약 24%가 코로나 확진 판정 등으로 격리된 의료진 증가로 ‘심각한 의료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