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李의혹’ 제보자 부검 “대동맥 파열로 사망 추정” 11일 숨진채 발견 사흘전 마지막 외출 CCTV에 사흘간 외부인 온 흔적 없어
8일 CCTV에 찍힌 마지막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모 씨가 8일 오전 머물던 모텔 객실로 들어가고 있다.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생전 마지막 모습으로 이 씨는 1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독자 제공
서울경찰청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이 씨 시신 전반에서 사인(死因)에 이를 만한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동맥 박리 및 파열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구두 소견”이라고 밝혔다. 심장과 이어진 대동맥의 안쪽 막이 길게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됐고(박리), 일부는 바깥쪽 막까지 터져 있었다(파열)는 뜻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모텔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는데, 8일 오전 이 씨가 객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후 11일 오후 모텔 관계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객실 문을 통해 드나든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에 담긴 제보자 마지막 모습
‘마지막 외출’ 전날인 7일…비틀거리며 소화제-진통제 구매
8일 오전엔 죽 산 뒤 돌아와
전문가 “대동맥 박리 수술 안하면 환자 90%는 일주일 이내 사망”
지인들 “아파보여” “아니다” 갈려
서울경찰청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구두 소견을 인용해 잠정적으로 밝힌 이 씨의 사인(死因)은 혈관질환의 일종인 ‘대동맥 박리 및 파열’이다. 대동맥 혈관 벽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는데, 안쪽 막이 찢어져 바깥쪽 막과 분리되는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김경환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는 “대동맥 박리나 파열은 혈관 벽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혈압이 높은 경우 발생할 수 있다”며 “응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환자의 90%는 일주일 이내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생전 이 씨에게 심장질환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과수 1차 부검에서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경화증이 있었고, 그 정도가 중증 이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 이 씨는 심장 크기가 보통 사람의 2배 가까이 되는 심장 비대증이 있었다고도 했다. 발견 당시에 대해서는 “이 씨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태였다”며 “시신 상태에 특이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날 모텔 근처 편의점에서 소화제와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이 편의점 점장은 “평소에도 약봉투를 자주 들고 다녔는데 그날따라 이 씨의 걸음이 유독 휘청거렸다. 안색도 나빴고 전반적으로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CCTV에 생전 마지막 모습이 기록된 것은 8일 오전이었다. 이날 오전 9시 2분경 방을 나선 이 씨는 전날 소화제를 샀던 편의점에서 즉석 죽을 산 후 오전 10시 46분경 방으로 돌아왔다. 이후 11일 오후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이 씨 객실의 문을 드나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족 측 대리인으로 나선 유튜브 채널 운영자 백광현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 결과에 대한 유족 측의) 수긍이나 반론이 있겠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공익제보자였던 고인이 끝까지 밝히고자 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씨와 술자리를 했다는 지인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씨가)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이 씨와 교류했던 대장동게이트진상규명범시민연대 유호승 공동대표는 “최근에도 이 씨와 만나면 서너 시간씩 이야기를 했다. 이 씨가 아팠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