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희롱을 했다고 징계를 받은 공무원에 대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은 것은 개인의 방어권을 침해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14일 서울고법 행정9부(김시철 이경훈 송민경 부장판사)는 최근 검찰공무원 A 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 취소 소송에 대해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지난해 5월 해임 처분을 받은 데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감찰 과정 중 A 씨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봤다거나 다른 비위를 목격했다고 보고한 내부 관계자만 16명에 달했으나 검찰은 이들의 인적사항을 A 씨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해임 처분은 검찰이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진술이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전언에 근거한 것으로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감찰과 행정소송에서 피고(검찰총장)의 행위는 A 씨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위법할 뿐 아니라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징계 사유가 고도의 개연성이 있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직장 동료인 피해자 등의 인적사항을 전혀 특정하지 않아 A 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문제 되는 피해자 등은 모두 원고와 같은 검찰청에 근무한 성년인 공무원이다. 미성년 피해자가 문제 된 사건에서조차 헌재는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을 박탈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