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분야 이슈를 들여다보고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환경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 얘기이기도 합니다. 지구가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반짝반짝 우리별’에서 알아봅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명이 연간 마시는 커피는 353잔에 달한다. 그만큼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동아일보 DB
그러다보니 거리에 버려지는 일회용 컵도 상당합니다. 음료를 다 마신 뒤 일회용컵을 처리하기 난감했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얼음이 남은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플라스틱 빨대는 같이 버려도 되는지…. 쓰레기통 주변에 마구 버려진 일회용컵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쓰레기통 주변에 마구 버려진 일회용 컵.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채 투기된 일회용 컵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DB
●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회용 컵
색색의 일회용 컵들. 동아일보 DB
문제는 컵들이 마구 버려진다는 데 있습니다.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 버려진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 컵과 뚜껑, 색색의 빨대, 종이컵, 두껍게 코팅됐거나 골판지 재질로 만든 종이홀더 등 다양한 재질과 부속품으로 구성돼 있죠. 게다가 일반 쓰레기통에 다른 쓰레기와 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6년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일회용 컵 모양의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은 5%에 그칩니다.
그러자 수거 체계를 갖추는 등의 대안 없이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파는 판매점의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타이어, 형광등 등은 생산자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재활용 비용을 일부 부담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회용 컵 판매자와 사용자들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웠다는 겁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그간 커피전문점과 소비자는 일회용 컵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공공에 떠넘기며 편리성에만 무임승차해왔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은 오염 원인자에게 환경적 책임을 매기는 방안”이라고 말합니다.
● ‘회수효과’ 입증한 경험 보완해 법제화
길에 버려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컵이 제대로 회수돼 재활용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동아일보 DB
법적 토대가 마련된 만큼 환경부는 지난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를 만들어 보증금제 시행을 위한 준비 및 보증금 순환 시스템 마련을 전담토록 했습니다. 보증금은 조만간 환경부 령으로 정해지는데, 200~3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자도 확정했습니다. 커피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종 가맹점, 또 식품접객업 중 휴게 음식점 일반 음식점 제과점 등 사업장이 100개 이상인 곳입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포함될 전망입니다. 참여 매장은 3만5000여 곳으로 추정됩니다. 개인 카페 등 법적으로 의무 대상자가 아니어도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컵을 다시 컵으로, 자원순환 경제 이뤄야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홍보 영상. 환경부 제공
우선 용기 재질과 인쇄 범위, 코팅 여부 등과 관련한 표준 컵을 확정해야 합니다. 소주병과 맥주병 사례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소주병과 맥주병은 규격이 정해진 초록병과 갈색병을 표준병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연구 용역 결과 플라스틱 컵은 재질을 페트(PET)로 단일화하고 컵 자체에 인쇄를 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종이컵은 컵에 특정한 색깔을 넣지 말고 인쇄 면적도 15% 미만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소주병은 일정 규격의 초록색 ‘표준병’을 여러 브랜드가 함께 사용한다. 보증금제도도 함께 운영해 회수가 수월하다. 동아일보 DB
반환된 컵을 재활용해 다시 컵으로 만드는 기술 개발도 필요합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1차 목표는 컵을 제대로 회수하는 것입니다. 또한 궁극적인 목표는 모인 컵들로 페트와 종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 번 쓴 자원을 태우거나 묻어 없애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순환경제는 탄소중립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 세계 선도모델 만들 수 있을까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알리는 포스터.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것인 한국이 처음이다. 환경부 제공.
세계가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한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도를 섬세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나 관련 국제기구, 기업 등에 컨설팅을 하는 자원순환정책 연구기관인 리루프(reloop)의 손세라 활동가는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도 과거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선도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질문 있습니다!
스타벅스와 일부 카페들이 사용하는 다회용 컵 무인회수기.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갈 때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반납하면 돌려받는다. SK텔레콤 제공
Q. 스타벅스 등 일부 카페에서 다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건 다른 건가요?
=다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법으로 정해 해당 사업자들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정책입니다. 반면 다회용 컵 보증금은 해당 카페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항입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타벅스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2025년까지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없앤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Q.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사용하면 텀블러같은 개인 용기 사용이 줄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추후 반납할 때 돌려주더라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에는 회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여 텀블러 등의 사용도 높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궁극적으로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 컵 보증금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