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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아파트 입주예정자 “현산 측 대형로펌 선임 움직임 화나”

입력 | 2022-01-14 18:54:00

14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파트 외벽붕괴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구조대원들이 사고현장의 잔해제거작업에 나선 중장비 (롱붐집게차)의 작업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아파트 신축 공사 중 붕괴사고가 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화정아이파크의 입주예정자가 현산 측의 대형로펌 선임 등 법률 대응 움직임에 분노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화정아이파크 2단지 예비 입주자라는 글 작성자 A 씨는 “입주를 앞두고 월세살이 중, 처참히 무너진 아파트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장 작업자들의 실종으로 본인의 집이 사라져버리는 고통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는 A 씨는 “실종자들이 구출되길 간절히 기다리던 오늘, 현산 측이 대형로펌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고 밝혔다.

그는 “입주예정자들에게는 기다려 달라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어떤 것을 대비하기에 대형법률로펌을 선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사고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현산이 더욱더 안전에 신경을 쓰며 화정아이파크를 짓고 있다고 믿었다”며 “학동 4구역 사고 후 불과 217일 만에 난 두 번째 참사에 참았던 슬픔과 원통함이 가슴이 미어지고 짓누른다”고 분노했다.

A 씨는 “입주자들은 한 푼씩 모아 수색대원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구호 물품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서 (재건축이 아닌) 보강으로 결정될까 봐 심리적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붕괴사고 관련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삼풍백화점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내 아이들과 저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생 그 아파트에서 불안함과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발 안전진단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철저한 감시 속에서 몇 년이 더 걸려도 되니 이 일을 일벌백계 삼아 전면 철거 후 재건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11일 오후 3시 46분경 201동 23~38층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6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 사흘째인 13일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현재 붕괴된 건물 구조물 더미에 매몰돼 있어 신원과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구조 작업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