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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버려지는 일회용컵… 회수율 높여 자원순환 이끌 묘수 기대[강은지의 ‘반짝반짝 우리별’]

입력 | 2022-01-15 03:00:00

일회용컵 보증금제… 6월 세계 첫 법제화 도입 배경
복합재질-미분류 탓 쓰레기 투기… 판매-사용자들 사회적 책임 외면
플라스틱컵만 1인당 年 65개꼴… 커피-제과 등 매장 3만5000곳 참여
개당 보증금 200∼300원 받고 회수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환경 분야 이슈를 들여다보고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환경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 얘기이기도 합니다. 지구가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반짝반짝 우리별’에서 알아봅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명이 연간 마시는 커피는 353잔이다. 세계 평균(132잔)의 2.7배나 된다. 커피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꺾일 줄 모른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20년 전국의 커피 음료점은 7만6321곳이다. 전년보다 1만981곳(16.8%)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모일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고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기도 했지만 커피 가게는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 가격 인상 등의 이슈는 화제다. 특히 올 6월 10일 일어날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포장 구매하면 보증금을 내고, 반납하면 돌려받는 보증금제도가 시행된다. 법으로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기는 제도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짚어봤다.

○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는 큰 이유는 일회용 컵 사용이 날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 연간 사용량은 2007년 4억2000만 개에서 2018년 25억∼28억 개로 추산된다. 그린피스는 2019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서 한 명이 연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65개나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컵들이 마구 버려진다는 데 있다. 일회용 컵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로 꼽힌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시던 음료를 들고 탈 수 없다. 이 때문에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주변 쓰레기통에는 늘 일회용 컵이 차 있는 것이 발견된다. 화단, 난간, 전봇대 옆 등 버려진 일회용컵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 버려진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 컵과 뚜껑, 색색의 빨대, 종이컵, 두껍게 코팅됐거나 골판지 재질로 만든 종이홀더 등 다양한 재질과 부속품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쓰레기통에 다른 쓰레기와 섞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2016년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일회용 컵 모양의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다른 쓰레기와 함께 섞여 버려지는 바람에 시범사업으로 그쳤다.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은 5%에 그친다.

그러자 수거 체계를 갖추는 등의 대안 없이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파는 판매점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타이어, 형광등 등은 생산자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재활용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회용 컵 판매자와 사용자들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그간 커피전문점과 소비자는 일회용 컵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공공에 떠넘기며 편리성에만 무임승차해왔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은 오염 원인자에게 환경적 책임을 매기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 ‘회수효과’ 입증한 경험 보완해 법제화

일회용 컵을 한데 모을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20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개정안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고 법에 따라 일회용 컵 보증금액과 보증금제도 의무 대상자를 정하도록 했다. 법으로 세세하게 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사실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매긴 건 2003년 환경부와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맺은 업무 협약으로 한 차례 시행됐다. 참여업체들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컵당 보증금 50∼100원을 받았다. 보증금제도를 운영하면서 일회용 컵 회수율은 2003년 19%에서 2007년 37%로 뛰었다. 그러나 보증금액이 커피 브랜드마다 달랐고, 일부 기업은 미반환 보증금을 홍보비로 사용하다가 비난받기도 했다. 결국 이 제도는 2008년 3월 폐지됐다.

법적 토대가 마련된 만큼 환경부는 지난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를 만들어 보증금제 시행을 위한 준비 및 보증금 순환 시스템 마련을 전담토록 했다. 보증금은 조만간 환경부 령으로 정해진다. 200∼3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자도 확정했다. 커피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종 가맹점, 또 식품접객업 중 휴게 음식점 일반 음식점 제과점 등 사업장이 100개 이상인 곳이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포함된다. 참여 매장은 3만5000여 곳으로 추정된다. 개인 카페 등 법적으로 의무 대상자가 아니어도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다.

○ 컵을 다시 컵으로, 자원순환 경제 이뤄야

제도 시행까지 5개월가량 남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용기 재질과 인쇄 범위, 코팅 여부 등과 관련한 표준 컵을 확정해야 한다. 소주병과 맥주병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소주병과 맥주병은 규격이 정해진 초록병과 갈색병을 표준병으로 삼았다. 현재 연구 용역 결과 플라스틱 컵은 재질을 페트(PET)로 단일화하고 컵 자체에 인쇄를 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종이컵은 컵에 특정한 색깔을 넣지 말고 인쇄 면적도 15% 미만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다.

사용한 일회용 컵을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과제다. 표준 컵에는 특수 제작된 바코드를 부착하고, 구매한 매장이 아닌 다른 매장에 반납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보증금을 현금 외 브랜드별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카페는 물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나 대형 매장 등에 무인 회수기를 놓아 컵 회수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반환된 컵을 재활용해 다시 컵으로 만드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1차 목표는 컵을 제대로 회수하는 것이다. 또한 궁극적인 목표는 모인 컵들로 페트와 종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한 번 쓴 자원을 태우거나 묻어 없애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순환경제는 탄소중립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 세계 선도모델 만들 수 있을까

미국 일부 지역과 독일,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는 일회용 컵은 아니지만 투명 페트병과 종이팩, 캔 등에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 생산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갖추려면 보증금제도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보증금제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 버려져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재생 원료의 양과 질을 높이며 물품을 수거하고 관리하는 등 새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세계가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한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만큼 제도를 섬세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이나 관련 국제기구, 기업 등에 컨설팅을 하는 자원순환정책 연구기관인 리루프(reloop)의 손세라 활동가는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도 과거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선도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