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일상 감각 연구소/찰스 스펜스 지음·우아영 옮김/420쪽·1만7000원·어크로스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감각이 생각과 기분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특히 감각에 영향을 끼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산책길을 가득 채운 꽃향기, 흙을 적시는 비 냄새, 거리에 퍼지는 짙은 커피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우리는 후각을 잃어버린 것 같다. 마스크 탓에 냄새를 맡기가 쉽지 않아서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지만 세상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한다. 요즘처럼 인간에게 오감(五感)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시기도 드물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인 저자는 인간이 여러 감각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정리했다. 과학지식과 실험을 근거로 일상생활에 쓸모 있는 지식을 소개한다는 점에 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주위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즐겁게 살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에 따르면 침실에는 TV나 조명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2019년 미국 국립환경건강연구소가 5년간 35∼74세 4만3000명을 연구한 결과, 인공조명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평균 5kg 더 나갔다. 인공조명이 인체의 자연시계를 방해하고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TV나 조명뿐 아니라 스마트폰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장사가 잘 안 되는 식당 주인이라면 식탁보를 깔아 보는 걸 추천한다. 2020년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탁보가 있는 테이블의 손님들이 그렇지 않은 테이블의 손님보다 토마토 수프를 50% 더 많이 먹었다. 또 수프가 맛있다고 평가한 사람의 수도 식탁보가 있는 테이블에서 먹은 손님들이 10% 더 많았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식욕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저녁식사 중 많이 싸우는 가족이라면 집에 원형식탁을 들여놓는 건 어떨까.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각진 식탁보다 둥근 식탁에 앉을 때 보다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테러 용의자들이 고글과 귀마개로 감각을 차단당한 모습. 어크로스 제공
사실 감각 결핍은 코로나19 시대에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청각만 충족하는 영상통화만으로는 다양한 감각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 저자는 감각을 보완할 수 있는 최신 기계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모든 감각을 대체하기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거닐고, 새로 만난 누군가와 거리낌 없이 악수하는 날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