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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준석 포옹에도 ‘윤핵관 리스크’ 여전

입력 | 2022-01-15 16:00:00

[이종훈의 政說] 선대위 해체, 김종인 사퇴 역풍 우려한 행보… 내분 재발 불씨 잠복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포옹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껴안았다. 이 대표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16일째인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과연 그럴까. 근본적 원인이 해결됐다면 그럴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준석 vs 윤핵관 갈등
시간을 거슬러 이 대표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지난해 12월 21일로 가보자. 당시 직접적 사퇴 계기가 된 사건은 이 대표와 조수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공보단장의 충돌이다. 이 대표가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건희 씨 의혹 관련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조 전 단장이 자신은 후보 지시만 받는다고 맞받아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대표는 사퇴 직후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보면서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 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30일 공식 일정을 돌연 중단하고 한동안 지방으로 잠행을 이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갈등 원인은 윤핵관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제주4·3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후 “핵심 관계자발(發)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나에 대한 모욕적 발언들이 지금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맡은 것에 대해 윤핵관이 “홍보비를 해먹으려 한다”며 깎아내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의 1, 2차 선대위 이탈을 불러온 윤핵관 문제는 외견상으로는 해결됐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 화해하기 직전인 1월 5일 선대위를 해체했다. 때맞춰 윤핵관 중 핵심 인사인 권성동 의원이 당 사무총장직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또 다른 윤핵관 핵심 인사인 윤한홍 의원도 당 전략기획부총장직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직을 내려놨다. 윤 후보는 선대위 조직을 대폭 줄였고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문제는 이번 결정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표 직후 나왔다는 점이다. 선대위 해체 발표 이틀 전인 1월 3일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 정서에 따르는 측면에서 선대위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선대위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연초 각 언론사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무슨 생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윤핵관을 배제하지 않고서는 윤 후보를 당선시키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준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전 위원장이 요구한 것은 선대위의 정상적 운영이다. 윤 후보의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현장 발언, 큰 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는 윤핵관의 어설픈 기획이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와 윤핵관은 이를 도전으로 간주했고 결국 김 전 위원장을 쳐내기로 결정했다. 선대위 해체 결정은 김 전 위원장만 쳐낼 경우에 불어닥칠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월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일보 DB


석열·윤핵관 모두 ‘아마추어’
김 전 위원장이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한 것에 이들이 발끈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연기 주문은 선거의 ABC다. 대선 같은 큰 선거를 치를 때 후보는 선대위 차원에서 결정한 바에 따라 일정부터 발언까지 거의 로봇 또는 아바타처럼 움직여야 한다. 본인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판단 내리려 들면 과부하가 걸려 더 위험해지기 마련이다. 당연한 지적에 발끈했다면 둘 중 하나다. 첫째, 윤 후보와 윤핵관은 아마추어다. 둘째, 김 전 위원장을 쳐낼 기회만 엿보던 중 이때다 싶어 몰아갔다.

김 전 위원장은 1월 5일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윤핵관에 대해 “밖에는 공식적으로 후퇴한 것처럼 돼 있지만,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핵관의 사퇴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측근을 둘 수 있다. 핵심은 그들의 실력과 의지다. 김 전 위원장은 여기에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윤 후보 측근을 자처한다면 윤 후보가 당선되는 데 지장이 가는 일은 절대 해선 안 된다. 당장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려 하니까 잡음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해체 이틀 뒤인 1월 7일 윤 후보는 청년보좌역 27명과 함께 ‘변화와 쇄신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상현 청년보좌역은 “지금 후보 곁에는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 기생충 같은 십상시만 가득하다. 그들을 버리고 민심 심판대 위에 다시 서라. 그럴 각오조차 없다면 대선은 치르나 마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 할 수 있는 권성동 의원이 당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던 지난달 절차를 무시하고 3·9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지역구의 당원협위원장을 임명한 사실이 1월 10일 드러났다. 최고위원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그것도 몰래 처리했다. 윤 후보는 이를 몰랐을까. 알았어도, 몰랐어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윤핵관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내분이 재발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3호에 실렸습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