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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은 집값 하락 신호, 10년 부동산 침체기 온다

입력 | 2022-01-15 16:55:00

이현철 소장 “부동산 하락기엔 청약 당첨이 로또 아닐 수도”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 .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거침없던 부동산시장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서 3.3㎡당 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로 통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5㎡는 지난해 12월 39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45억 원과 비교해 5억2000만 원 낮은 가격이다.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증가하고, 수도권에서도 미계약 단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다수 전문가가 공급 부족을 이유로 부동산시장 상승을 예상할 때 “거래절벽과 신고가는 부동산시장 하락 신호”라며 “이제 미분양이 나올 테니 집을 절대 사지 마라”고 조언해 화제를 모은 이가 있다. 2019년 책 ‘부동산 폭등장이 온다’를 펴내며 한발 앞서 부동산 폭등을 예측한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이다. 현 부동산시장을 둘러싸고 상승과 하락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 소장은 “하락에 무게 중심이 실린 정체기”라고 진단했다.
집값 상승 주도한 가수요가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공인중개사이기도 한 그는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한 바 있다. 또한 다년간 분양 현장에서 고객 수천 명을 상담하며 대중심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한국 부동산시장은 전세제도와 선분양제도, 대중심리, 정책 등 4가지 요인에 의해 작동하는 부동산 사이클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집값 하락 조짐’ ‘지방 아파트 무더기 미분양’ 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보나.

“대중심리만 보면 아직도 상승 분위기다. 매도자는 여전히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훨씬 크다. 많은 사람이 매물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것이 그 증거다. 매수자 또한 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급매물이 나오면 금방 팔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은 하락에 무게 중심이 실린 정체기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무슨 의미냐면, 지난해 여름 거래절벽과 신고가가 나온 시점부터 매수 심리와 매도 심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매도자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면서 매수자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017년 5월 6억708만 원에서 2021년 12월 12억4978만 원으로 105.9% 올랐다. 뜨겁던 상승 열기가 주춤한 이유가 무엇일까.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측면이 있다. 결정적으로는 대출 규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사실 대출 규제에 앞서 대출 금리인상도 단행됐는데 금리는 집을 사고 난 뒤에야 현실로 와 닿지, 그 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출 규제는 아예 집을 살 대출금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 그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집값 상승기였다면 대출 규제가 지금처럼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어느 정도 주춤하는 시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서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지금도 ‘집을 사라’고 조언하는 전문가가 많다.

“수요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전문가는 대부분 주택 매수 목적을 실거주로만 본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서 실거주라 해도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집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부동산 매수는 거주보다 투자, 시세차익이 우선이다. 많은 전문가가 부동산시장을 논할 때 전제는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집이 부족하다는 말은 곧 수요가 많다’는 얘기인데, 내 관점에서 그 수요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정상 수요 외 가수요(투기 수요와 공포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집값이 안 오를 것 같다, 그러면 사람들은 집을 사지 않는다. 한국에는 전세라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임대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집은 매수 후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각종 세금으로 손해가 발생한다. 더욱이 집값이 떨어지면 매수자가 없어 집을 팔 수도 없다. 지금 부동산시장에 그런 상황이 왔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미분양이 생겼다. 더욱이 올해 예정된 공급 물량도 많아 미분양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 계획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미분양이 생겨도 멈출 수 없다. 멈춰서 발생하는 손해가 미분양보다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올해 안에 미분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미분양이 나온 인천 송도 아파트의 경우 분양 가격이 9억 원을 넘어 대출이 안 나온 게 결정적 이유였다. 하락 신호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 미분양 나오면 서울 분위기도 죽는다
최근 분양 아파트는 현 시세가 반영되다 보니 분양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다.

“분양가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땅값, 건축비, 건설사 마진을 더한 가격이다. 그중 땅값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같이 올라간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기축 아파트보다 싼 이유는 분양가 산정이 1~2년 전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기라면 분양가도 현실화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멈췄을 때다. 만약 올해 집값이 하락해 10억이 9억이 되도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은 1~2년 전 가격인 10억을 기준으로 산정됐기 때문에 싸지 않다. 그래서 올해나 내년 분양 아파트 중에는 기축 아파트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싼 아파트도 나올 수 있다.”

미분양을 부동산시장 하락 신호탄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부동산시장은 크게 중고 시장(일반 아파트)과 새 아파트 시장(분양 아파트)으로 나뉜다. 그중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일반 아파트다. 가격이 하락할 때도 일반 아파트 시장이 먼저 침체된다. 이때 미분양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미분양이 안 생기면 침체됐던 일반 아파트 시장이 다시 살아난다. 매수자와 매도자 게임에서는 결국 집을 가진 사람이 이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분양이 생기면 매수자가 쫓아가서 집을 살 필요가 없다. 그런 상황 변화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미분양이다.”

서울 집값은 언제부터 하락할까.

“미분양이 생기면 정체기는 끝나는 것이다. 올해 안에는 경기도 권역에서 미분양이 나올 확률이 높고, 이게 점점 쌓이면 그 분위기가 서울로 넘어온다. 그때는 서울에서 미분양이 안 나와도 분위기는 같이 죽는다. 하락이 시작되면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올해 내 집 마련 방법으로 청약을 추천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싼 가격에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나는 청약을 추천하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요즘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전매제한 때문에 중간에 팔지 못하고 최대 10년간 보유해야 한다. 내 예상으로 10년 후 부동산시장은 바닥권이고 거기에 전매제한에 묶였던 매물까지 쏟아지는 상황이 온다. 현재는 청약 당첨이 로또처럼 보이지만 지금 시세 대비 40% 떨어지면 분양가 밑으로도 내려갈 수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매수 적기는 언제일까.

“손해를 전혀 보지 않고 집을 사자마자 올라가는 상황을 맞고 싶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본격 하락은 4년에 걸쳐 진행되고 5~6년간 침체기를 거쳐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본다. 소형 아파트는 40~50%, 대형 아파트는 10~20% 하락을 예상한다.”
전세가율 오르면 집을 사라
10년이나 무주택자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오랜 세월 지켜본 바로는 전문 투자자는 감으로 ‘이때쯤이면 리스크를 좀 안고 들어가는 게 맞다’고 판단해 집을 사지만 보통 사람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안 산다. 욕심 때문이다. 그러다 투자자들이 그런 매물들을 소화하면서 집값이 다시 움직여 5억이던 집이 6억이 되면 또 못 산다. 투자는 리스크를 안고 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마지막 부의 사다리’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회를 놓치는 이를 많이 봤다. 안타까운 일이다.”

촉이 없는 보통 사람이 상승 신호를 조금 빨리 포착할 방법은 없을까.

“전세가율을 보면 된다. 미분양이 하락 신호라면 전세가는 상승 신호다. 전세가가 오를 때는 집을 사는 사람이 없어도 집값이 오른다. 집값 하락기에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함께 떨어지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울의 경우 누구나 선호하는 아파트는 전세가가 집값의 70~75%, 덜 선호하는 아파트는 80%, 심하면 90%대까지 오른다. 이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큰돈 들이지 않고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3월 대선이 집값 상승으로 돌아서는 변수가 될까.

“대선이 변수가 되는 것은 공약에 사람들이 현혹될 만한 내용이 담겨 있고 그로 인해 집값이 올라간다는 전제가 깔려 있을 때만 가능하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대선 후보가 발전적 정책을 내놓는 편이 좋다. 정부가 원하는 것도 완만한 물가상승률만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하지만 지금은 양당 대선 후보 모두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고 있다. 250만 호 공급으로 대표되듯 정책 방향이 다 하락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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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3호에 실렸습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