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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만 원에 산 비트코인 20개, 10억 찍고 파이어족 선언

입력 | 2022-01-15 16:56:00

최성락 전 동양미래대 교수 “매년 매출 오르는 기업에 투자하라”







여윳돈이 얼마나 있어야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까. “3억 정도면 되지” 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못해도 20억은 있어야지”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정년이 보장된 ‘정년트랙 교수직’을 내던지고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이 된 최성락(53) 전 동양미래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를 떠날 수 있는 금액을 “현재 연봉×65세 정년까지 남은 햇수”라고 말한다.

최 전 교수는 2018년 순자산이 20억 원을 넘었지만 이 중 15억 원 이상이 부동산이었다. 남들 눈에는 투자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았다. 이때부터 그는 파이어족을 목표로 ‘금융자산 만들기’에 돌입했다. 당시 연평균 근로소득이 1억 원가량이었기에 50세엔 15억 원, 55세엔 10억 원 정도 현금이 있으면 은퇴하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3년여 뒤인 지난해 8월 31일 그는 만 52세 나이에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됐다. 최근에는 자신의 투자 스토리를 기록한 책 ‘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을 펴냈다. 최 전 교수는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미국 주식투자에도 성공한 덕분에 조기 은퇴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비트코인 투자와 해외 주식투자에 성공해 지난해 파이어족이 된 최성락 전 동양미래대 교수. 홍중식 기자 free7402@donga.com

2014년 비트코인 20개 구입
비트코인에는 언제부터 투자하기 시작했나.

“한국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처음 생긴 2014년 초다. 당시 비트코인 20개를 평단가 57만 원에 구입했다. 전체 투자금 7000만 원 중 1000만 원 넘는 돈을 비트코인에 넣었다.”




최 전 교수가 사표를 낸 지난해 8월 31일 비트코인 종가는 5523만 원이었다. 수익률은 9589%, 총수익금은 10억9320만 원이다. 1월 12일 현재 비트코인은 5100만 원대를 횡보하고 있다(그래프1 참조).

무슨 확신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했나.

“비트코인은 2100만 개까지 채굴할 수 있다. 금, 다이아몬드, 석유 등도 공급이 고정돼 있지 않은데 비트코인은 고정돼 있다. 이 경우 가격은 수요에 따라 결정 날 수밖에 없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진다. 비트코인을 1개라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2100만 명이 넘으면 가격은 오른다.”

비트코인 수요가 채굴 수를 초과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얘긴데.

“미술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술품은 모든 사람이 원하지 않아도 ‘꼭 갖고 싶다’ 하는 사람이 2명만 있으면 가격이 오른다. 2명 다 자금력까지 풍부하다면 가격은 더 많이 오른다.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원하는 사람 수가 2100만 명은 분명히 넘을 것이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 매매 횟수는?

“2017년에 한 번 매도했다. 2017년 1월 100만 원이던 비트코인이 연말 2000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하루에 500만 원씩 급등락하는데, 보유한 비트코인이 20개라 하루에 1억 원이 왔다 갔다 했다. 1년 연봉이 눈앞에서 없어지는데 감당할 수 없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공포감에 비트코인 10개를 팔았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10개를 매수했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투자에 쓰려고 몇 개를 팔았다. 나머지는 여전히 보유 중이다.”

알트코인에도 투자하고 있나.

“2017년쯤 이더리움과 알트코인에 투자했다. 비트코인은 분명히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 가격이 떨어져도 계속 가져갈 수 있었는데, 알트코인은 믿음이 없었다. 결국 다 매도했다.”
비트코인 억대로 상승할 것
2014년 비트코인을 구입하면서 얼마까지 오를 거라고 생각했나.

“2013년 한국 GDP(국내총생산) 1조370억 달러를 기준으로 생각해봤다.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사용된다면 최소한 GDP를 비트코인으로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GDP 1조370억 달러를 비트코인 2100만 개로 나누면 비트코인 1개가 5만 달러(약5954만 원)를 넘어야 한다. 기본소득뿐 아니라 부동산 같은 자산까지 비트코인으로 표시하려면 비트코인 1개가 10억 원가량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이 사용된다면? 당시 주변 사람들한테는 ‘비트코인이 최하 1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증가했고,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몇억이 될 수도 있고, 몇십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비트코인을 보유할 예정인가.

“처음 구입할 때는 10년을 생각했다. 그다음부터는 고민해봐야겠다.”

10년 뒤면 2024년으로 비트코인 반감기(약 4년 주기로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와 겹치는데.

“비트코인은 반감기마다 오른다. 실제로 100만 원대에서 2000만 원까지 급등한 2017년 말과 8000만 원까지 오른 지난해도 반감기 전후였다. 2024년은 다음 반감기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

주식 대가들은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편인데.

“주식투자 방법은 크게 가치투자와 추세투자로 나뉜다. 기업가치와 주식 가격을 비교해 거래하는 것이 가치투자고, 그래프, 즉 추세를 분석해 투자하는 것이 추세투자다. 유명 경제학자는 대부분 가치투자를 주장한다. 가치투자에서 기본은 기업의 수익인데 비트코인은 수익이 없지 않나.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이 큰 이유는 앞서 말했듯 공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비트코인 투자를 투기로 보는 시선이 많다.

“투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고, 투기는 단기적으로 오를 듯하면 사고 내릴 듯하면 파는 것이다. 주식도 1분 혹은 1시간 사이에 사고팔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식이 투기일까 투자일까. 단순히 주식은 투자이고 암호화폐는 투기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넷플릭스 텐배거 되다
미국 주식투자는 언제 시작했나.

“2014년쯤이다. 당시 국내 규제가 풀리면서 해외 주식 거래가 편해졌다. 해외 주식 관련 책도 많이 나왔는데, 미국주식과 중국주식을 사두면 몇 년 뒤 크게 오를 거라는 내용들이었다. 해외 주식투자서를 읽고 3000만 원을 미국주식과 중국주식에 투자했다. 종목은 여러 책에서 공통으로 추천하는 기업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3년가량 지나니 정말로 엄청나게 올랐다.”

어느 정도 올랐나.

“몇 배가 오른 종목도 있고 반토막 난 종목도 있지만, 전체 수익률이 굉장히 좋았다.”





2014년 투자해 퀀텀 점프한 종목은?

“미국 넷플릭스(그래프2 참조)와 중국 귀주모태주(구이저우마오타이·이하 마오타이)다. 두 종목 모두 최근까지 10배 이상 넘는 수익을 냈다.”

텐배거(ten bagger: 10배 수익률을 낸 주식 종목)를 경험한 뒤 종목 선정 방식에 변화가 생겼나.

“넷플릭스와 마오타이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3년 연속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하고 있었다. 매출과 이익이 계속 오르는 종목은 주가가 오르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때부터는 매년 매출과 이익이 20%가량 오른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또 다른 투자 기준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의 약 70%는 주가가 오르고, 나머지 30%는 주가 변동이 없다. 주가가 3~5년 우상향하는지도 꼭 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주식 가운데 이런 종목이 많다.”

매출과 이익이 매년 20%씩 오르고 주가가 우상향하는 종목은 성장주일 개연성이 높다. 성장주 투자는 위험성도 높지 않나.

“성장주는 매출과 이익이 꺾이면 폭락한다. 그래서 1개 종목이 아니라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1~2개 종목은 폭락해 반토막이 된다. 그건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상승하는 종목은 2배 이상 오른다. 전체로 보면 결국 수익이 난다.”

종목 선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미국주식이 워낙 많다 보니 처음 종목을 선정할 때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다. 하지만 한 번 종목을 정하면 새로운 정보를 계속 찾을 필요가 없다. 몇 년 사이 매출과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기업이 새로 나타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섹터를 분산해 투자하나.

“아니다. 매출과 이익, 우상향하는 추세만 본다. 그런데 이 기준에 맞는 기업은 유망한 섹터에 속한 경우가 많았다.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야 기업도 5년 이상 성장할 수 있지 않겠나.”
목표 수익률은 매년 20%
종목당 투자금을 균등 분할해 매수했나.

“처음에는 투자금 3000만 원을 6개 종목에 500만 원씩 투자했다. 이후 수익이 난 종목의 비중이 계속 커졌다. 투자서에서는 대부분 이럴 경우 수익 일부를 다른 자산에 넣으라고 한다. 비트코인도 처음에는 투자금 7000만 원 중 1000만 원으로 투자했으나 5배, 10배가 되면서 비중이 가장 커졌다. 정석대로 투자했다면 중간에 비트코인을 많이 팔았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수익이 크게 안 났을 것이다. 지금까지 오른 종목은 앞으로 잘나갈 종목이다. 오른 종목은 계속 두고, 하락 종목을 정리했다. 그래서 큰 수익이 날 수 있었다. 현재는 수익이 많은 종목 비중이 상당히 높다. 총투자액이 커지다 보니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한 고민이 있긴 하다.”

한국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는 3~5년 동안 매년 매출과 이익이 20%씩 오르는 기업이 거의 없다. 길어야 1~2년이다. 2014년 당시 찾아보니 7~5개 종목이 나왔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앞으로도 매출과 이익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현재 몇 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나.

“10개 종목 정도다. 넷플릭스와 마오타이는 여전히 보유 중이다. 최근 관심이 생긴 종목은 지금은 적자지만 매년 매출이 오르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흑자로 돌아서면 폭등한다. 아마존도 같은 사례다. 초기 성장주의 경우 이런 모양새가 많다. 이런 기업들에도 조금씩 투자하고 있다.”

적자일 때 투자해 성공한 종목은?

“스퀘어다. 스퀘어는 2~3년 전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었지만 적자였다. 하지만 적자폭이 점점 줄어들어서 투자했다. 지난해 스퀘어가 흑자로 턴어라운드하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주식 총수익률은?

“현재 주식계좌에 들어 있는 금액은 10억 원가량이다. 투자금은 최초 종잣돈 3000만 원에서 추가로 좀 들어갔다.”

목표 수익률은?

“4년간 2배 정도로 잡고 있다. 1년 수익률은 20% 정도다.”

지난해 8월 파이어족이 된 후 나스닥 변동이 심한데.

“비트코인으로 워낙 단련돼 이 정도 하락은 별로 신경 안 쓴다. 비트코인은 2년에 한 번 정도 반토막이 나고 한 달에 한 번은 10%가량 폭락한다(웃음). 최근 나스닥은 5% 정도 하락했다. 주식시장 등락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면 “어떤 종목이 좋냐”고 백이면 백 다 물어본다. 중요한 것은 종목이 아니라 폭등과 폭락 시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개인적으로 투자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폭등 때가 힘들다. 나는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폭락해도 ‘장기적으로 회복하겠지’라고 생각한다. 폭등할 때는 ‘지금 팔아서 떨어질 때 다시 사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매도 후 뜻대로 다시 매수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배 오를 종목을 팔아버린 꼴이 된다. 이런 생각들로 폭등기가 가장 힘들다.”

부동산 자산도 꽤 많은 것으로 안다. 주식과 부동산 중 수익률이 더 좋은 자산은?

“현재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수익금은 10억 원가량으로 비슷하다. 주식은 몇천만 원이 10억 원이 된 거고, 부동산은 10억 원 넘는 돈을 투자해 수익금이 10억 원이 됐다. 부동산에 투자했을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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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3호에 실렸습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