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자급률 15.9% 불과… 美 전략가 “中 위협에 TSMC 폭파 경고로 맞서야”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대만 TSMC 본사 전경. TSMC
TSMC도 이 공군 기지와 더불어 중국의 침공을 막을 ‘최후 전략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사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을 강조하며 무력 통일 위협을 가했음에도, 대만 국민이 두려움에 떨지 않는 것은 군의 강력한 방어 역량 때문이 아니라 TSMC 덕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군은 1월 1일부터 전투기와 폭격기를 대거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맞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신년사에서 “베이징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군사적 모험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반격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해온 ‘골리앗’ 중국에 ‘다윗’ 대만이 당당하게 맞서는 이유는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기업, 글로벌 시장점유율 6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양안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반면 중국 반도체산업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지지부진하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2020년 반도체 자급률은 15.9%에 그쳤다. 그마저도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이 만든 물량을 제외한 순수 중국 업체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중국의 2020년 반도체 수입액은 3500억 달러(약 416조6050억 원)로, 단일 품목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비해 14.4% 늘었다. 두 번째로 수입액이 많은 원유(1763억 달러)의 2배, 3위인 철광석(1189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 전체 수입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7%나 된다. IC인사이트는 2025년에도 중국 반도체 자급률이 19.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와 공산당 강경파는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해 반도체산업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美·中 국지전 시 미군 패배 가능성 높아
대만에서도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중국의 침공 위협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은 그동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상당한 규모의 수출을 해왔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양안의 무역 총액은 2982억8000만 달러(약 355조426억 원)를 기록해 2020년 동기 대비 27.3% 늘었다. 중국의 대만 수출은 707억7000만 달러(약 84조2375억 원)로 전년 대비 31.2% 늘어났고, 대만의 중국 수출은 2275억1000만 달러(약 270조8051억 원)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대만의 중국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수출 덕분이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대만 강경파의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24년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내건 정권이 탄생할 경우 침공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일부 군사 전문가도 중국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을 대만에 대한 무력 행동 시점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군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군이 막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대만군 전략은 미국이 항공모함과 군 병력을 파견할 때까지 중국군 공격에 맞서 버티는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가정한 워게임(war game)에서 미군이 중국군에 패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또는 중국 주변에서 국지전을 벌인다면 △미국이 패배하거나 △미국이 패배 인정 혹은 확전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대만 부근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하기도 전 중국이 대만 장악을 끝낼 것”이라면서 “만약 미국이 동아시아에 배치된 전력으로 중국의 공격에 대응하더라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해군육전대(해병대)가 대만을 가정해 상륙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Chinamil
반도체 수입 못 하면 中 경제 붕괴
TSMC가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도 비슷한 맥락이다. TSMC로서는 제조비용 증가 등 경영 비효율을 무릅쓰고 중국발(發) 리스크 등을 낮추는 차원에서 생산 공장을 전 세계로 분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2848억 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 6개를, 일본 구마모토에 8000억 엔(약 8조2634억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 독일과 인도에서도 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TSMC의 해외 공장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미국, 일본 등과 반도체 동맹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일 수 있다. 더욱이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자국 전략산업 자산을 중국 기업에 매각할 때 이를 허가받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TSMC가 중국에 세운 공장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경우 반드시 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만 정부는 또 반도체 분야 핵심 인재의 유출을 막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로선 반도체가 중국 침공을 막는 방패인 셈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