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정부 기관 웹사이트 70여개가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 뉴스1 (트위터 캡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마련을 위한 연쇄 회담이 지난주 성과 없이 끝난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 웹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해킹 공격이 발생했다. 그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1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우크라이나 외교부 등 7개 정부 부처와 국가응급서비스 웹사이트 등이 해킹돼 몇 시간 동안 마비됐다. 세르히 데메듀크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사무차장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정보국과 연결된 해커 집단 ‘UNC1151’이 이번 해킹 사건에 연루됐다”며 “해킹에 사용된 악성 소프트웨어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의 해커 집단 ‘ATP-29’가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남쪽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1999년 국가통합(Union State)을 이루는 등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국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개전 초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을 벌인 뒤 포병과 다연발미사일, 공군 폭격 등 압도적 전력(戰力)으로 신속하게 항복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날조하는 방안을 공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 동쪽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를 스스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위장 작전 수행을 위해 요원을 미리 배치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달 중순에서 다음 달 중순 사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종단하는 드네프르강을 기준으로 러시아에 가까운 동쪽 지역만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이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안에 대한 문서로 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모든 사태 전개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