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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이름으로… 적금 깨 실탄 마련… LG엔솔 공모주 청약 ‘전운’

입력 | 2022-01-17 03:00:00

내일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KB증권 광화문지점. 회사원 최모 씨(37)가 유치원생, 초등학생인 두 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들고 증권계좌 개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18일 시작되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서 한 주라도 더 많은 물량을 받으려고 어린 자녀 명의로 계좌를 만들려는 것이다. 최 씨는 “실적이나 성장성 등이 좋다고 판단해 온 가족이 청약에 뛰어들기로 했다”고 했다. 이 증권사에는 이날 최 씨처럼 청약에 쓸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온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빈 대기석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18일부터 이틀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에 돌입한다. 앞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대인 1경5000조 원 이상을 끌어모은 데 이어 일반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 “1주만 받아도 성공”
회사원 신모 씨(28)는 공모주 청약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20주가량을 최근 팔았다. 청약에 필요한 최소 증거금 요건이라도 갖춰 균등 배정 물량을 받자는 계획이다. 공모가가 30만 원인 만큼 1주만 배정받더라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상한가)에 성공하면 단숨에 50만 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에서다.

대학생 김다인 씨(23)도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위해 지난해 8월 시작한 적금을 최근 깼다. 김 씨는 “세계적으로 입지가 탄탄한 기업이라고 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16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도 화제였다. “보유 주식 전부를 처분해 LG에너지솔루션 비례 배정을 노리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도 괜찮을지” 등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이 가능한 증권사들에서는 신규 계좌 개설이 급증했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신규 계좌 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195.48% 늘었다. 대신증권은 이달 1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32.75%, 신한금융투자는 91.04% 늘었다.
○ 공모주 받으려면 최소 150만 원 준비, 눈치 싸움 필수

이번 청약에선 전체 공모 물량 4250만 주 중 25∼30%인 1062만5000∼1275만 주가 일반 청약자에게 돌아간다. 일반 청약 물량 중 50%는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물량을 나눠주는 균등 방식으로, 50%는 청약한 주식 수와 증거금에 따라 나눠주는 비례 방식으로 배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반 청약을 마무리하고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최소 청약 수량(10주)만 맞춰 균등 배정을 받으려면 150만 원의 청약 증거금이 필요하다. 25% 배정을 기준으로 균등 배정 물량이 약 530만 주이기 때문에 청약계좌 수가 265만 건보다 적으면 최소 청약자라도 한 사람당 2, 3주를 받을 수 있다. 청약계좌 수가 265만 건보다 많으면 1, 2주를 받게 된다.

다만 증권사별로 배정된 청약 물량이 달라 막판까지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균등 배정 방식은 상대적으로 계좌 수가 적은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액 자산가라면 물량이 많은 KB증권 등을 통해 비례배정을 노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