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신경제 1·5·5 YS 신경제+MB 7·4·7 연상시켜 욕심만 앞선 무리한 목표 제시 퍼주기 병행 땐 PIGS 꼴 날 것
천광암 논설실장
이처럼 YS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신경제’ 캐치프레이즈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들고나왔다. 이 후보는 11일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갖고 “이재명 신경제의 목표는 종합국력 세계 5강의 경제대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일에는 1·5·5공약(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글로벌 G5 시대)을 제시했는데, 여기서는 MB의 7·4·7공약(연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좌파 이미지 탈색에 명운을 걸다시피 한 이 후보가 우파의 정책 창고에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 사정은 알겠지만, 신경제나 7·4·7처럼 실패한 아이콘까지 재활용하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비단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영혼 없는 ‘우파 성장론 코스프레’를 하다 보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욕심냈던 신경제나 7·4·7의 과오까지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5강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과학기술·산업·교육·국토 등 4대 대전환을 제시했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그가 실제로 향후 5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는, 구체성 없는 미사여구 몇 마디보다는 평소 강조해온 핵심 공약이나 현실 속의 행보에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가장 공을 들여온 간판 공약은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와 토지이익배당제다. 지금까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에서도 해보지 않은 매머드급 퍼주기 정책들이다. 이런 공약을 폐기하지 않고 5대 강국을 가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보다 더 황당한 ‘퍼주기 주도 성장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퍼주기 공약들을 정리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하겠다”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후보의 ‘퍼주기’ 본능은 대형 공약이 아닌 ‘소확행’ 공약 등에서도 나타난다. 탈모치료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따위는 안중에 없다.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도 비슷하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접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잊을 만하면 한번씩 꺼내든다. 말 안 듣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 가져가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퍼주기 정책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다 치워버리겠다는 섬뜩함마저 엿보인다.
퍼주기 정책은 막대한 국가부채에 의해서만 뒷받침될 수 있다. 이 후보에 비하면 소소해 보이는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5년 만으로도 660조 원이던 국가부채가 1064조 원으로 늘어났다. 막대한 빚으로 성장과 복지를 떠받치는 경제의 말로는 자명하다.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가 단적인 예다. PIGS는 2010년 심각한 부채위기를 겪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까지도 포퓰리즘과 재정위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