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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먹는 식재료 포인트로 바꿔가세요”…서울 도심에 나타난 ‘그린냉장고’

입력 | 2022-01-17 14:21:00


서울 관악구 봉천동 책N꿈도서관 옆 인도에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녹색 부스 안에 들어있는 냉장고 한 대가 놓였다.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소용 냉장고 위에 ‘그린냉장고’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냉장고는 서울대 재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기업 ‘다인테이블’이 만든 공유 냉장고다. 음식물 폐기를 줄여 환경 보호에 기여하겠다는 의미에서 그린냉장고란 이름을 붙였다.


그린냉장고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주민들은 모든 종류의 음식과 식재료를 여기에 넣을 수 있다. 그러면 필요한 사람이 무료로 가져가면 된다.

얼핏 보면 구청이나 복지시설이 운영하는 음식공유 프로그램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포인트 제도다. 음식을 가져오는 사람은 공유한 음식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받은 뒤 현금화할 수 있다. 음식의 무게를 재고 운영진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면 고기와 야채 등 일반 식료품은 냉장고에 넣은 무게의 50%, 음료 등 액체류는 25%를 포인트로 준다. 예를 들어 감자 1㎏을 냉장고에 넣으면 ‘인증’ 후 5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포인트가 1000을 넘으면 현금화할 수 있다. 박민준 다인테이블 대표는 “주변 제로웨이스트 가게에서 포인트를 쿠폰처럼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음식 공유에 나선 건 음식물을 덜 버리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처리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평균 음식물 쓰레기 양은 1만5999t. 전체 폐기물 발생량 5만7961t의 27.6%를 차지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정과 식당에서 폐기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약 13%가 보관만 하다가 버리는 식재료와 먹지 않은 음식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밥’이 늘면서 대량 구매 후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음식물도 적지 않다.

운영한 지 채 한 달이 안 됐지만 주민들의 호응도 높다. 하루에 선반 5칸이 거의 가득 차고, 금세 비워진다. 대용량으로 구입했다가 남은 통조림 식품이나 햇반, 과자 등이 많이 들어온다. 건강보조 식품이나 마스크를 넣어두는 주민들도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보관 중인 음식 현황을 알 수 있어 헛걸음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인테이블은 곧 두 번째 그린냉장고를 설치할 계획이다. 앞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식 나눔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영국 런던에서 2015년 시작한 음식 공유 애플리케이션 ‘올리오’는 현재 약 60개국에서 5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유된 음식은 2500만명 분 이상이다. 박 대표는 “음식 나눔은 가정에서 가장 손쉽게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그런 공유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