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형사고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오너로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것인데,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해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했다”며 “이번 사고로 그러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려 마음이 아프다.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 이후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HDC현산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첫 번째 사고 때 오너가 나와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불과 7개월여 만에 또 일이 터지자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사퇴는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었다.
정 회장은 HDC현산 회장 자리는 내려놓되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할 방침이다.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이러한 뜻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산 회장직 사퇴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에서 회피하는 것이란 따가운 외부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사퇴로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하고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문제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유병기·하원기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총사퇴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퇴는 정 회장 선에서만 맡고 나머지 경영진들은 사고 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HDC그룹은 지난해 12월22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유병규·하원기 대표를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새 대표가 올 들어 취임한 만큼 현 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발견될 경우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 해지, 아파트 전면 철거와 재시공 등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고현장 뿐 아니라 HDC현산이 지은 건축물의 법적 보증기간도 3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