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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BBC 수신료 폐지 나선 英 “공영방송 시대는 끝났다”

입력 | 2022-01-18 00:00:00

BBC 홈페이지


영국 정부가 BBC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면허 기간이 끝나는 2027년 이후엔 폐지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네이딘 도리스 문화부장관은 트위터에 “이번 수신료 발표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재원 마련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혀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현지 언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공영방송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수신료의 대안으로는 부분 민영화나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료 모델 등이 거론된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세계 최고(最古) 공영방송 BBC의 위기는 공영방송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BBC 수신료 폐지 움직임이 방역 규제 미준수로 사퇴 위기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의 정국 타개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수백 개 채널이 경쟁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가는 공영방송 체제의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민영방송 체제인 미국과 달리 유럽은 공영방송의 전통이 강하지만 오래전부터 ‘공영방송 무용론’이 제기돼왔다. BBC의 경우 2020년 시청자 평가에서 넷플릭스에 선두를 내주고 유튜브에는 추격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면서 위기론이 급격히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BBC를 거의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수신료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BBC와 함께 양대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일본 NHK도 수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자 수신료를 거듭 인하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으며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에도, 수신료와 광고 축소를 통해 공영방송의 덩치를 줄여가는 세계 방송 시장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KBS는 수신료 외에도 막대한 광고수익도 챙기고 있다. 2020년 광고매출은 2319억 원이었다. 이제는 KBS의 수신료 인상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안 본다’는 사람에게까지 수신료 부담을 강제해가며 경쟁력이 추락한 공영방송을 유지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