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 스포츠부 기자
2019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돼 세 시즌 활약한 투수 이대은(33)의 깜짝 은퇴 선언이 ‘해외 유턴파’를 향한 회의론으로 번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대은에 이어 2순위로 지명된 내야수 이학주(32·삼성)도 구단에 찍혀 트레이드 대상으로 올라있어 “해외파는 ‘워크 에식’(윤리관)이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 보자. 해외 유턴파는 고교 유망주 시절 ‘빅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에 갔다가 실패하고 국내로 돌아온 선수들을 말한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은 박찬호(49)의 성공 이후 소위 ‘초고교급’이라고 불린 선수들의 미국 진출 붐이 일었다.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이 KBO리그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에 이르자 구단들은 리그 보호를 위해 ‘국내 복귀 시 2년 자격 유예’ 같은 제약 규정을 만들었다.
현재는 유망주가 해외로 나가려면 큰 각오를 해야 한다. 일단 해외 진출 선수를 배출한 고교는 향후 5년 동안 후배들이 프로구단에 지명돼도 각 구단들이 계약금의 10% 규모로 지원하는 용품을 못 받는다. 당장 5년 아래 후배들에게까지 원성을 들어야 한다. 실패해서 돌아오면 유예기간 2년을 지낸 뒤 나이, 경력을 불문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거친다. 계약금은 ‘0원’이다.
2007년.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 대해 국내 프로야구 ‘중흥’을 목적으로 사면령이 내려지며 ‘특별 드래프트’가 열린 적이 있다. 한화를 제외한 7개 구단이 7명의 선수를 고루 지명했다. 이들이 국내로 올 당시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도 받았다. 당시 SK(현 SSG)에 지명된 뒤 지난해에야 국내로 온 추신수(40·SSG)는 역대 최고액인 27억 원을 받았다.
14년 전 얻은 ‘까임 방지권’을 행사한 선배의 모습을 본 후배 해외파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한 해외파 출신은 “타지에서 제 돈을 털어가며 꿈 하나로 힘들게 버텼다. 국내로 올 때 이중삼중의 페널티도 감내했다. 책임감, 절실함이 없다니…. 그냥 내가 MLB 무대에 못 올라서 그런 거라 반성한다”고 자조했다.
누구나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산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메이저리거를 꿈꾸다 실패한 대가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