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심려 끼쳐 죄송” 사과 선대본부선 MBC 제작진 등 고발… 방문진내 보도과정 문제점 지적 “文대통령, 여기저기 신하뒤 숨어”… 김건희 통화 내용 추가 공개도 與, 역풍 우려 공격수위 조절하며 尹선대본 무속인 관여 의혹 부각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이 공개된 이튿날인 17일 여야는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다. 다만 대선 ‘D-50’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모두 방송 이후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중도층이나 2030세대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직접 사과하며 몸을 낮추는 한편 무더기 형사 고발로 역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캠프에 관여하는 듯한 김 씨의 발언을 ‘제2의 최순실’이라고 공격하면서도 그 수위를 조절했다.
○ 尹은 “송구하다” 사과, 당은 무더기 고발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직접 보진 못했다”면서도 “많은 분들한테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직접 사과했다. 그는 “(김 씨가) 사적인 대화를 뭘 그렇게 오래했는지…”라며 “남편인 제가 좀 더 잘 챙기고 했어야 했는데, 제가 아무래도 선거운동 하러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고 하니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악질적 정치 공세”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친여 매체 기자가 불법 녹음한 후보 배우자의 사적 대화 내용을 MBC에서 방송했다”며 “매우 악질적인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MBC 측 법률대리인과 이를 보도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제작진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당내에선 16일 보도에 대해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란 평가 속에 MBC의 후속 보도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김도인 이사(야권 추천)는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모 씨의 취재원 접근 방식이 MBC가 볼 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면서 “이 같은 보도는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중묵 이사(여권 추천)는 “해당 녹취록이 어느 정파에 불리하다는 것이 방송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김건희 “조국, 가만히 있으면 구속 안 하려 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MBC 보도에서 편집됐던 김 씨 발언이 이날 추가로 공개되며 여진은 계속됐다. MBC가 비공개한 김 씨 통화 녹음 원문을 서울의 소리가 자사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고, MBC 장모 기자가 이를 근거로 김 씨 발언을 라디오에서 공개한 것.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우리 남편이 한 적이 없는데 정치공작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 대선 경선의 경쟁자들을 거론하며 “유승민 하고 홍준표 쪽하고 공작을 하는 거지 뭐. 우리 남편을 떨어뜨려야 자기네가 나오니 그렇게 하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전날 공개된 “난 솔직히 안희정(전 충남도지사)이 불쌍하다.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편”이라는 김 씨의 발언도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를 폭로한 김지은 씨는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 씨의 태도를 보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 與, ‘최순실 시즌2’…무속 논란도 재점화
민주당 현근택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그동안 (김 씨가) 캠프에 관여 안 한다는 얘기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며 “최순실 기시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섣부르게 공격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김 씨 방송에) 관심이 있어서 당연히 봤다”면서도 “저는 그 문제보다는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도 김 씨의 통화 녹음 보도에 대해 “그건 국민께서 판단하실 문제”라고 말했다.이날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다는 무속인이 캠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공방의 대상이 됐다. 윤 후보 손바닥의 ‘왕(王) 자’ 논란에 이어 무속 논란을 재점화하려는 시도다. 윤 후보는 “당 관계자한테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 있다”면서도 “그분은 직책을 전혀 맡고 있지도 않고, 일정과 메시지 (관여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1세기 현대사회이고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샤먼(무당)이 (국정)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