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체육복을 입고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뉴스1
‘오징어게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연이은 요금인상을 두고 추가 콘텐츠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망사용료 부과 흐름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 가입자의 월 구독료를 약 1년만에 인상했다. 기본 플랜의 월 구독료가 미국에서는 13.99달러(약 1만6700원)에서 15.49달러(약 1만8500원)로, 캐나다에서는 14.99캐나다 달러(약 1만4300원)에서 16.49캐나다 달러(약 1만5700원)로 인상됐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도 진출 5년10개월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랐다.
넷플릭스 측은 국내 서비스 구독료 인상에 대해서도 ‘콘텐츠 투자를 통한 서비스 수준 유지’를 이유로 들었던 바 있다.
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4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업계 및 외신에서는 이같은 넷플릭스의 연이은 가격인상에 대해 콘텐츠 자신감에 기반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254억원을 투자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게임’의 대성공으로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흥행 결과 지난해 11월17일 691.69달러(약 82만5000원)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제2의 오징어게임’을 찾기 위해 콘텐츠 투자 계획을 확대한 만큼, 이에 대한 부담이 가입자에게까지 미친 셈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넷플릭스가 올해 지난해보다 25% 이상 증가한 170억달러(약 20조2700억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망사용료’ 요구…망부담 발생 대비한 선제적 요금인상?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 지불을 높고 다투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라는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구축해 인터넷사업자(ISP)의 비용을 절감하도록 하고 있다며 망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1심에서 “협상의무부존재 확인부분은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며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의 정당한 망사용료 지불을 위해 국회와 정부에서도 관련 제도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 Δ도이치텔레콤 Δ보다폰 Δ텔레포니카 Δ브리티시텔레콤(BT) Δ오렌지 Δ텔레콤오스트리아 Δ KPN Δ비바콤 Δ프록시무스 Δ텔레노르 Δ알티체포르투갈 Δ텔리아컴퍼니 Δ스위스컴 등 유럽 각국의 대표 통신사 13개사에서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테크 대기업들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한다”며 망사용료 부담을 촉구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에게 정당한 망사용료 대가를 요구하는 기조가 퍼져가는 만큼, 넷플릭스는 그간 공짜로 사용해왔던 통신망에 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번 요금 인상은 실제 망사용료 부담이 발생하기 전에 이뤄진 선제적 인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