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 이모 군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왼쪽)와 이 군의 자필 입장문. 유족 측 법률대리인 제공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아들 이모 군(19)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 군은 17일 자필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대통령께서 편지로 (피살 당시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으나, 북한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20년 10월 이 군에게 직접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면서 “모든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편지는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에 불과했다”고 이 군은 주장했다. 그는 “국민을 상대로 항소하는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며 “제 아버지 죽음에 대한 것들이 왜 국가 기밀이며 대통령 기록물로 저장되어야 하는지, 감추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통령께 기대하는 것이 없으니,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그 약속의 편지도 필요가 없다”며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어 “기억조차 못하시겠지만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제 분노를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씨 유족 측은 18일 편지를 반납하고, 1심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료를 요구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9월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당시 47세)는 업무 도중 남측 해역에서 실종됐다가 이튿날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됐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며 항소했고, 유족 측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 및 정보열람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지난 11일 “가처분 신청 자체가 법이 허용하는 신청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다”며 해당 신청을 각하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