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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발목 잡는 北…이번엔 UAE 천궁 세일즈 찬물

입력 | 2022-01-18 11:20:00

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두바이 엑스포 리더십관에서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와 회담하고 있다 2022.1.16 두바이=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중동 3개국 순방에서 국산 미사일 천궁을 세일즈 중인 가운데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불발을 놓고 한국에 화풀이 중인 북한이 문 대통령에 대한 발목 잡기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는 지난 17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4를 시험 발사하며 검수 사격 시험을 했다.

발사가 이뤄진 17일은 UAE 국방부가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2(M-SAM2)를 4조원어치 구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였다.

천궁은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한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천궁2의 인기는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천궁2 계약서 교환은 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총리 겸 두바이 군주가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문 대통령 앞에서 천궁2 계약이 이뤄진 뒤 북한이 KN-24를 시험 발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문 대통령 순방 일정을 염두에 두고 미사일 도발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시험은 기본적으로 남북한 간의 미사일 분야 경쟁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주요 미사일 또는 미사일 기술 수출 대상국인 중동국가들을 방문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북한은 문 대통령 일정이 맞춰 미사일 도발을 거듭해왔다.

문 대통령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방문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단부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지난해 3월25일, 북한은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쐈다.

문 대통령이 마라도함에서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한 지난해 10월1일, 북한은 신형 지대공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전날에 신형 반항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문 대통령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참관한 지난해 9월15일, 북한은 철도 기동 미사일 체계를 활용해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새해 들어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강원 고성군 제진역을 방문해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하자 북한은 극초음속 활공체를 시험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이 문 대통령 일정 때마다 미사일을 발사하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냈지만 결과는 협상 결렬이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권위에 일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현무-4를 비롯해 SLBM 수중 발사 등 무기 개발을 진두지휘하자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문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