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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MBC 김건희 보도에 “이게 울부짖던 방송민주화냐”

입력 | 2022-01-18 13:21:00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사진=인물과사상사 제공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MBC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를 방송한 것에 대해 “선택적 공익”이라고 비판했다.

18일 강 명예교수는 ‘MBC, 이게 방송 민주화인가?’라는 제목의 중부일보 칼럼에서 “나는 ‘김건희 녹취록’ 논란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정치적 공방’엔 관심이 없다”며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강 명예교수는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어차피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 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하느냐”며 “이게 6년 전 MBC 기자들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방송 민주화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는 ‘편들기’가 아니라 해당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대장동 사태’에 대해선 그런 열의를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는) 조국 사태에서도 어느 한쪽의 공익만 보았지 생각을 달리하는 쪽이 말하는 공익은 외면했던 것 같다”며 “이른바 ‘선택적 공익’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MBC가 유튜브 매체 ‘서울의 소리’로부터 녹취록을 전달받아 보도한 것에 대해선 “유튜브에 압도당하는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시사하는 상징적 사건인가”라며 “MBC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강 명예교수는 “방송 민주화는 진보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보수는 반드시 이겨야 하거나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처음에 천명한 원칙과 정신에 충실한 것이 방송 민주화”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는 MBC 방송강령을 언급하며 “MBC가 더 멀리 내다보면서 현재 살벌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본분에 충실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