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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외부공모에 ‘격앙’…정권 말 법무-검찰 인사갈등 재점화

입력 | 2022-01-18 13:31:00

박범계 법무부장관. © News1


정권 말 법무-검찰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정권 사건 수사팀 교체를 비롯한 역대 최대 규모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지난해 6월 이후 다시 인사 관련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산업재해분야 전문가에 대한 검사장(대검검사급) 공모에 나서자 감찰이나 정책부서가 아닌 수사라인의 검사장을 외부에서 뽑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검찰이 격앙된 분위기다. 벌써부터 검찰 안팎에선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는 21일까지 검사장급 경력검사 신규 임용 지원서를 접수한다. 중대재해·산업재해·산업안전·노동분야 전문가 1명을 2월 중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검찰 내부에선 전례가 없는데다, 중대재해 사건 수사는 빌미일 뿐 앞으로 수사 지휘라인 검사장까지 외부에 개방하려는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에 공모하는 검사장은 정해진 임기가 없어 중대재해 관련 구체적 보직을 맡더라도 다음 인사때 일선 청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고, 검찰 수사 지휘라인에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선례가 만들어져 결국 정권마다 이를 활용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 검찰 간부는 “중대재해 사건 전문가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충원해야 하는 명분도 없고, 검찰 외부에 중대재해 사건을 수사해보고 기소하고 공소유지해본 전문가가 있긴 하느냐”며 “결국 정책이나 감찰이 아닌 수사 지휘라인의 검사장까지 외부인사를 앉힐 수 있는 물꼬를 터 일선 청 검사장도 언제든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외부인사로 임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간 법무부는 법무실장·인권국장·출입국외국인본부장·감찰관과 대검 감찰부장에 대해선 외부 개방직으로 임명해왔다. 이번에 중대재해 관련 검사장이 외부인사로 임명되면 검찰청 수사 지휘라인의 ‘검사 순혈주의’가 처음으로 깨지게 된다.

이번 공모를 두고 민변 출신 등 특정 외부인사를 사실상 내정한 정권 말 ‘내 사람 챙기기’ 인사로 보인다는 의구심 역시 나오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외부 공모 절차를 통해 기용된 법무부 간부들 대부분이 민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여권에서 주장한 ‘검사장 직선제’보다 더 최악”이라며 “이미 장관이 특정 인사를 내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공개적 반발도 나왔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한 글을 통해 “광주에 대규모 건설재해가 연달아 두 번이나 발생해서 마음이 아픈데 이 비극을 기회로 삼아 엉뚱한 인사를 검찰에 알박기 하려는 시도는 아닐 텐데, 그런 시도라면 너무 사악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해당 글에는 비판 취지에 공감하는 검사들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선 중대재해 사건 수사에 외부 전문가를 검사장으로 투입한다고 해서 수사 성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간부급 검사는 “현실적으로 검사장급이 중대재해 사건을 일선 청에서 수사하는 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외부인사가 검찰에 들어와서 하기는 더욱 어려운 구조”라면서 “검찰 내부 시스템이나 수사 경험이 없는 외부 전문가가 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라 결국 외부에 챙겨줄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되는데 따른 대응과 수사체계를 세우는 것이 우선인데, 엉뚱하게 ‘낙하산 인사’로 본질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중대재해 사건은 과학수사와 아주 밀접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여러 기관과 협조해야 한다”며 “매년 수백명씩 사망사고가 나고 있고 산업현장이 복잡해지면서 전문적인 수사대응이 더욱 필요해졌기에 이를 수사를 비롯한 형사사법체계의 시스템으로 체계를 잡아가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