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소파 밑에 숨긴 흉기. 피해자 가족이 청소하는 도중 소파 밑에서 찾아냈다.(피해자 가족 제공)
자신의 딸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부인을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21일 오후 부산 중구 한 주거지에서 마약 환각 상태로 전 부인 B씨(40대·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계속되는 A씨의 범행을 막기 위해 이불과 베개로 복부를 막았지만, 범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벅지와 어깨 등 부분을 찔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문을 열라’는 지시에도 A씨는 “잠시만요”라고 말하면서 B씨에게 흉기를 더 휘둘렀다.
B씨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B씨는 범행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에게 ‘딸이 보고 싶다’고 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측은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글을 올려 “갓 나은 아기를 버려두고 26년만에 딸을 보고 싶다는 핑계로 찾아와 거절하자 사람을 무참히 찌른 아주 끔찍한 사건”이라며 “악마 같은 범인을 영원히 세상에서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잔혹하게 흉기로 찌른 사실과 이로 인해 이불과 옷이 젖을 정도로 피해자가 피를 흘린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찌른 부위와 상처의 정도를 봤을 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직폭력배였던 피고인이 마음만 먹었으면 치명상을 가할 수도 있었음에도 피해자의 신체에 크지 않은 상처를 냈다”며 “피해자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지속적으로 주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를 지배하고 유린한 것이며, 흉기로 사람을 다치게 한 특수상해죄로 인정한다”며 “누범 기간에 마약을 한 점에 대해선 40시간의 약물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린다”고 전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