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더 높이 짓자” “실효성 의문” 송도 103층 빌딩 놓고 찬반여론

입력 | 2022-01-19 03:00:00

‘아이코어 시티’ 핵심 사업계획
시민-환경단체 철회 요구 이어 주민들 찬반 갈리며 갈등 조짐
경제청, 2030년 준공 목표지만 주민 불편-공실률 등 난제 산적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 들어설 ‘아이코어 시티(I-CORE CITY)’ 조감도. 이 사업의 핵심인 국내 두 번째 높이의 103층 초고층 빌딩 건설을 두고 지역 사회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중심부에 들어설 103층(420m)짜리 초고층 타워를 두고 지역의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시민단체는 “친환경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원래 계획대로 국내 최고 높이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송도 주민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이 엇갈리면서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국내 2위 높이 초고층 빌딩 추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 6·8공구 우선협상대상자인 블루코어컨소시엄은 최근 공구 내 워터프런트(인공호수) 주변 128만 m² 부지에 103층 빌딩과 대관람차 등을 짓는 ‘아이코어 시티(I-CORE CITY)’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7개 권역에 걸쳐 오션테마파크, 문화, 스포츠 등을 특화한 랜드마크 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랜드마크는 103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다. 123층(555m)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을 지어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게 인천경제청의 계획이다. 블루코어 측은 협상 초기 빌딩 높이를 68층으로 제안했지만, 인천경제청은 랜드마크를 강조하며 협상을 통해 103층으로 정했다. 103층 빌딩에 대한 사업비는 1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사업비 규모가 막대하다 보니 자칫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친환경 역행” vs “국내 최고 높이로 지어야”


초고층 빌딩에 대한 지역 사회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등 인천 지역 12개 환경·시민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전문가들조차 이제는 건축물의 높이가 아닌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며 “경제성도 떨어지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초고층 빌딩을 랜드마크로 내세워 ‘기후악당도시’를 자초해선 안 된다”고 빌딩 건설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일부 송도 입주민들은 103층도 낮다며 기존 계획대로 국내 최대 규모로 151층 빌딩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도지역 4개 커뮤니티는 최근 인천시청 앞에서 151층 건축을 요구하는 삭발식도 진행했다.

주민 사이에서도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초고층 빌딩 건립이 15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만큼 “103층이라도 성공적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과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초고층 빌딩을 지어야 하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다음 달 중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등 관련 심의를 받은 다음 2024년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본격 추진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주민 반발로 송도 9공구 화물차주차장 조성 사업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2030년까지 화물차 통행으로 인한 주민 불편도 불가피한 것.

또 송도지역 업무시설의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라 초고층 빌딩에 얼마나 많은 업체가 입주할지도 미지수다. 송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65층짜리 ‘포스코타워-송도’도 현재 약 7%가 공실로 남아 있다. 이 빌딩은 준공 무렵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과 입주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치권이 발생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검토한 뒤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