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에 반발
국민연금이 주주를 대신해 기업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 강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려 하자 경제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탁위가 국민연금법상 검토·심의를 담당하는 자문기관에 불과해 주주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상장사협의회(상장협)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총과 상장협은 이 토론회에서 국민연금법상 수탁위에 의사 결정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국민연금법 103조에 따르면 수탁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을 사전에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자문기구다. 따라서 의결 권한이 없는 수탁위가 주주대표소송의 대상과 소송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민연금법상 주어진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는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경제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제기에 대한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수탁위에 책임을 넘기고 이를 따르는 구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으로 주가 하락 등 주주 손해가 발생하거나 패소 시 이어질 사회적 부담을 수탁위에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직접 소송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책임 회피의 구실로 사용할 수 있다”며 “수탁위는 연금 수익률과 무관하기 때문에 여론에 좌지우지돼 소송을 결정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의결 권한이 법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내부 지침으로 수탁위에 소송 결정권을 주는 방식이라 크게 문제 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수탁위는 주주대표소송 대상 후보를 선정할 때 법무법인의 자문 의견을 참고해 승소 가능성을 판단하기로 했다. 소송 대상은 소멸시효와 손해액 크기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 밖에도 수탁위의 ‘비경영 참여 주주제안’의 범위를 기존 ‘기업 배당 정책이나 임원 보수한도의 적정성’ 등에서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후변화와 사업안전을 비경영참여 주주제안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도 추진된다. 상장협 관계자는 “환경과 안전 등 측정이 어렵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까지 수탁위가 주주 제안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