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지지율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지도자다. 9·11테러 직후 9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이라크전쟁 장기화의 피로감 등으로 임기 말 25%까지 떨어졌다. 최고치와 최저치 모두 역대급 기록을 쓰면서 격차가 65%포인트나 벌어지는 기록을 남겼다. 국정동력을 잃은 그는 사활을 걸었던 연금개혁에 실패했고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어주고 말았다.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미끄러진 지지율이 최근 최저치인 33%까지 내려갔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7명의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꼴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다음으로 낮다. 미국인의 절반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좌절감’을 느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제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조.”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논평가들의 조롱과 공격은 노골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대혼란으로 시작된 추락세는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빈부격차 심화, 극심한 사회분열 등으로 악화 일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에 70만 명씩 쏟아지고, 2조 달러대 매머드급 투자법안은 의회 장벽에 가로막혔다. 회의석상에서 꾸벅꾸벅 조는 78세 고령의 지도자에게서 위기 돌파 리더십은커녕 개인적인 매력도 찾기 어렵다. ‘돌아온 미국’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지쳐가고 피로감은 불만을 넘어 분노로 바뀌어간다.
▷지지율이나 인기는 거품이다.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꺼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정책 결과로 인정받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정권의 추락은 치솟았던 지지율만큼이나 극적으로 참혹하다. 반전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3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80%대로 반등시키며 연임에 성공하는 스토리를 썼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그래프를 그려낼지 궁금하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