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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혼자가기 힘든 어르신들, 동행해 드려요”

입력 | 2022-01-19 03:00:00

서울시 ‘1인 가구’ 본격 지원 나서




17일 오전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 매니저 김구현 씨(왼쪽)가 이용자 이철종 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감기 걸리면 큰일 납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17일 오전 김구현 씨(62)가 이철종 씨(85)가 입고 있던 패딩 점퍼의 지퍼를 올려주며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김 씨는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의 매니저다.
○ ‘1533-1179’ 간편 신청

김 씨는 이날 서울 구로구에 있는 이 씨의 집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까지 함께했다. 걸을 때는 걸음이 느린 이 씨의 보폭에 맞춰 살뜰히 부축했다. 이 씨의 딸 지연 씨(51)는 “아버지와 한 시간 거리 집에 사는데 다른 아픈 가족이 있어 매번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 어려웠다”며 “앞으로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경희 씨(50·여)는 지난주 안심동행 매니저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 암 투병 중인 김 씨에게 마을버스 두 번과 지하철 한 번을 거쳐야 하는 힘겨운 길이었다. 김 씨는 “대학생인 아이들이 지방에 있어서 병원에 혼자 가기 힘들었는데 같이 가줄 사람이 있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안심동행 서비스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1인 가구 정책이다. 병원에 함께 갈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시간당 5000원만 내면 병원 방문부터 접수, 귀가까지 모두 도와준다. 시 관계자는 “골절되거나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아 혼자 귀가하기 힘들 때도 서비스가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센터(1533-1179·일인친구)나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 1인 가구 겨냥한 ‘4대 안심’ 정책
안심동행 서비스 같은 서울시의 1인 가구 맞춤형 정책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시는 2026년까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1인 가구 안심 종합계획’을 18일 발표했다. 1인 가구 대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앞으로 시는 5년간 △건강 △주거 △안전 △고립 등 네 가지 영역의 불안을 해소하는 ‘4대 안심정책’을 위해 5조5789억 원을 투자한다. 서울에 사는 1인 가구는 13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9% 정도다.

시는 건강 분야 정책인 안심동행 서비스의 이용자를 2026년까지 10만 명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부터 저소득층은 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1년에 6회까지 이용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시범적으로 횟수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1인 가구의 특성이 반영된 맞춤형 주택 공급도 늘어난다. 역세권 청년주택(5만7310채), 청년 매입임대(1만1700채) 등을 공급해 높은 주거비로 고통받는 청년 1인 가구 등에 임차료 부담 없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4m²였던 최소 주거면적도 25m² 이상으로 늘리고 주차 의무비율을 도입하는 등 주거의 질도 높인다. 청년과 중장년층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세대통합형 주택모델’도 개발해 5년간 1300채를 공급한다.

1인 가구 안전망도 강화된다. 1인 가구 밀집지역을 순찰하는 ‘안심마을보안관’을 현재 15곳에서 2026년까지 51곳으로 늘린다. 골목길의 오래된 보안등도 ‘스마트 보안등’으로 교체한다. 고독사 위험이 큰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는 올해 인공지능(AI) 대화 서비스를 시작해 2026년까지 3만 명으로 확대한다. 우울증·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생명이음 청진기’ 사업도 확대 운영한다.

오세훈 시장은 “오랜 기간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이뤄졌던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1인 가구의 고통과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