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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제재 북한인들, 극초음속미사일 탄두용 내열부품 조달”

입력 | 2022-01-19 03:00:00

美 지난주 北국방과학원 6명 제재
소식통 “中-러서 핵심부품 들여와”




북한이 17일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4.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17일 동해상의 섬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며 KN-24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최근 미국이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린 북한 국적자 6명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핵심 물품 조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철강 합금, 케블라(강도 높은 섬유)선, 아라미드섬유(내열성 등이 뛰어난 섬유) 등을 북한에 조달해 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극초음속미사일 최종 시험발사 성공’을 주장했다.

미 정부는 앞서 12일(현지 시간) 중국에서 활동 중인 심광석 김성훈 강철학 변광철, 러시아를 근거지로 두고 있는 최명현 오영호 등 북한 국적자 6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포함시켰다.

1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 산하 기관 간부인 이들은 중국 러시아에서 물품을 들여오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들이 가져온 물품들은 극초음속미사일 관련 탄두부 개발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도미사일이 상승한 뒤 추진체에서 분리된 극초음속활공체(HGV)는 대기권에서 하강할 때 음속 5배(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낸다. 이때 탄두부 온도가 3000도 가까이 상승해 엄청난 고온을 버틸 만한 핵심 내열 부품들이 필요한데 이들이 해외에서 이를 조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것. 이들이 조달한 물품에는 ‘풍동(風洞) 실험실’ 장비들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없는 풍동 실험실은 실내에서 인공 바람을 일으켜 비행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곳이다.



“北 2019년부터 ‘KN-24’ 4차례 발사… ‘南 4대 표적’ 타격 시험”


軍, 北의 ‘KN-24’ 발사 분석
4개 표적 거리에 맞춰 시험발사… 고도 50km이하, 사드 요격망 회피
극초음속 등과 섞어쏘면 방어 한계… 軍 “北 잇단 도발, 심각한 위협”





북한이 17일에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알섬(무인도)으로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로 드러났다. KN-24를 발사한 것은 2020년 3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자 2019년 8월 10일 첫 발사 이후 4번째다.

○ 사드·평택 미군기지 등 남한 4대 핵심표적 정조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7일 동해상의 섬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 시험이 진행됐다면서 KN-24의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이번 발사를 포함해 4차례의 KN-24의 성능 테스트의 사거리로 보면 남한의 4대 핵심표적을 두루 훑어서 조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개발 초기부터 발사 장소와 사거리, 정점고도를 바꿔서 쏘는 방식으로 유사시 대남 최우선 타격표적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정밀타격력을 시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8월 10일 처음 시험발사된 KN-24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겨냥했고, 그 엿새 뒤 2차 발사 당시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를 정조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2020년 3월 21일 3차 발사에선 우리 군의 대북 킬체인(kill chain·북 도발 임박 시 선제타격) 핵심 전력인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청주 기지를 가상 타격했고, 17일 발사에선 각 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와 사드 기지의 중간 지점을 겨냥해 언제든 두 곳을 때릴 수 있다는 점을 현시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극초음속미사일과 철도 기동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발사에 이어 KN-24에 이르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 “직접적이고 심각한 군사위협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17일 KN-24 발사가 생산·장비(전력화)되고 있는 전술유도탄의 선택적 검열을 통한 ‘검수사격 시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최종 시험발사를 한 극초음속미사일뿐만 아니라 전력화 단계에 돌입한 KN 계열의 대남 신종타격무기들까지 미사일 개발의 속도와 성능 면에서 남한은 우리 상대가 안 된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 극초음속미사일과 섞어 쏠 경우 요격망 무력화 우려
그간 북한이 쏜 KN-24의 정점고도는 30∼50km로 사드의 최저 요격고도(50km) 이하였다. 남한의 3분의 2 면적을 방어하는 사드의 요격망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KN-24는 한미가 보유한 에이태킴스보다 속도가 빠르고, 변칙기동도 뛰어나 더 위협적으로 평가된다. 확산탄을 장착할 경우 단 1발로 축구장 4, 5개 이상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고, 개전 초 극초음속미사일·KN-23과 함께 전술핵을 장착해 ‘섞어 쏘기’로 파상 공격을 할 경우 한미 요격망으로 방어하기엔 한계가 크다는 우려가 많다.

군 당국자는 “철도 기동 KN-23과 KN-24의 실전능력을 잇달아 과시한 북한이 초대형방사포(KN-25)의 추가 발사 등으로 대남 신종타격무기 3종의 전력화 완비를 입증하는 한편으로 한미 연합훈련과 대선을 겨냥해 중거리미사일급 이상의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