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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반군 “UAE 공격” 예고에도… 文대통령, 중동 순방

입력 | 2022-01-19 03:00:00

사우디 동맹군, 반격 공습… 긴장 고조
文, 예멘에 더 가까운 사우디로 이동
“무리한 순방 진행 아니냐” 지적도
靑 ‘순방 이득이 더 크다’ 판단한듯




예멘 시아파 반군이 17일(현지 시간)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드론 공격을 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동맹군이 예멘 수도를 보복 공습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아부다비 공습 당시 아부다비 일정 취소로 두바이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UAE에 이어 18일 두 번째 중동 순방지인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순방 전 예멘 반군과 UAE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니파 동맹군은 예멘 반군 ‘후티’가 UAE 아부다비 공항 등을 공격한 지 몇 시간 만에 후티 반군의 거점인 수도 사나를 공습했다. 예멘 현지 언론은 동맹군의 공습으로 1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 알에크바리야는 트위터에서 “위협과 군사적 필요성에 대응해 사나에 대한 공습이 시작됐다”고 밝혀 보복성 공격임을 분명히 했다. 사우디 주도 동맹군의 공습은 문 대통령이 리야드에 도착하기 12시간 반여 전에 이뤄졌다. 사우디는 아부다비가 공격받은 날 리야드 인근으로 들어온 예멘 반군의 드론 8대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시설을 공격해 9명(사망 3명)의 사상자를 낸 예멘 반군은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반군 측은 알자지라에 “UAE에서의 공격은 동맹군에 대한 (사우디와 UAE 등의) 참여를 멈추기 위해 그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멘 반군이 UAE 영토를 공격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칼리드 공항 내 접견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리야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부다비 방문을 갑작스레 취소한 문 대통령이 두바이에 머물다 도착한 사우디는 UAE보다 예멘에서 더 가깝고, 후티 반군의 테러 활동도 수차례 벌어졌던 곳이다. 반군의 아부다비 공격용 드론이 출발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예멘 북부 사다하에서 리야드까지는 900km로 아부다비까지의 거리(1360km)보다 가깝다. 외교 소식통은 “사우디에 있는 문 대통령 경호팀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고 한다”며 “모든 행사가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예멘 반군은 13일부터 UAE 본토 공격을 예고해 왔다. 외교부는 그보다 앞선 3일 후티 반군이 UAE 선박을 나포하자 후티 반군을 규탄하는 대변인 성명도 발표했다. 외교가에선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무리하게 UAE 등 중동 순방 일정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테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정부가 무능한 것이고, 알았음에도 순방을 갔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중동 순방으로 얻을 국익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