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포스코의 물적분할에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예정된 포스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포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그 아래 비상장 철강 자회사 포스코를 두는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각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뒤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제안하는 회사다.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 중 하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S가 찬성 의견을 낸 만큼 포스코로서는 큰 산을 넘은 셈”이라고 전했다. ISS와 함께 양대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 역시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다수 자문사들도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안건에 대해 찬성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발송했다.
이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26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포스코의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ISS를 비롯한 주요 자문사들이 찬성 권고를 한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전례가 있다. 물적분할을 할 경우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기존 상장사 지분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 9.75%를 보유한 포스코 최대 주주다.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달 12월 27일 기준 52.29%다. 주총 통과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번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서는 18일부터 의결권을 가진 주주를 상대로 전자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지주사로 전환되는 포스코홀딩스의 주식 가치가 기존 포스코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철강사업 부문이 신설 철강 자회사로 분리돼 나가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시킨 LG화학의 주가가 떨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물적분할 할 포스코 사업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아예 정관에 상장을 위해서는 ‘주총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보유 중인 자사주 1160만 주(13.3%) 중 일부를 올해 안으로 소각하고, 배당 확대를 제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