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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진화… 만지고 체험하는 첨단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입력 | 2022-01-20 03:00:00

첨단기술 접목하는 ‘스마트박물관’
고려청자박물관, VR-AI 기술 적용… 청자 만드는 과정 놀이로 체험 가능
목포근대역사관은 XR 콘텐츠 도입… 지난 100년간 모습 생생히 보여줘
전남도농업박물관선 ‘가상 농사’도



전남농업박물관은 올해 쌀문화관을 ‘XR 헤리티지팜’으로 꾸민다. 헤리티지팜은 어린이들이 직접 흙을 만지며 가상현실 공간에서 벼와 채소를 수확할 수 있는 가상농작물 재배 콘텐츠다. 전남도농업박물관 제공


박물관이 진화하고 있다. 아날로그 전시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실감콘텐츠로 전통 유산을 흥미롭게 즐기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 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유물과 디지털의 만남

전남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은 올 6월 디지털의 새 옷으로 갈아입고 스마트박물관으로 변신한다. 청자박물관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실감콘텐츠 체험존 조성사업’과 ‘스마트박물관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두 사업에는 12억 원이 투입된다.

실감콘텐츠 체험존 조성사업은 고려청자 제작, 무역·항해, 발굴 등 과정을 모티브로 놀이시설을 조성하고 VR를 통해 물레 돌리기, 코일 쌓기, 문양 그리기 등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 디지털박물관 2층 전시실에 조성되는 체험존은 디지털 기술과 문화재를 접목시킨 놀이공간이다. 관람객이 청자를 운반했던 목선(木船)에 오르면서 벽면의 청자 문양을 터치하면 바닷속에 있던 청자가 배에 쌓이는 영상을 보여준다. 청자를 구웠던 가마굴 모형의 미끄럼틀을 타고 물레의 회전력을 느껴보는 놀이시설도 들어선다.

청자가 전시된 박물관은 AI 관람안내 시스템을 갖춘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키오스크)가 어른과 아이의 키를 구분해 연령대에 맞는 관람 안내 정보를 제공하고 관람객 동선 등을 파악해 빅데이터를 구축한다.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홈페이지에 접속해 전시실 유물을 확대, 축소, 회전시키면서 퀴즈를 푸는 가상박물관도 운영한다.

김대원 고려청자박물관 학예연구사(40)는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오감으로 유물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체험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재미 요소가 더해진 콘텐츠를 통해 문화유산과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감 만족 실감콘텐츠

전남 목포시 유달동 목포근대역사관1관(옛 일본영사관)은 호남권 최초로 VR와 증강현실(AR)을 넘어 확장현실(X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관람객은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3차원(3D)으로 제작된 건축물, 100년 동안의 도시 형성 모습, 근현대 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상 캐릭터의 해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작업을 거쳐 대형 스크린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소장품과 근대역사관2관에 전시됐던 근대 사진을 터치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해 이달 14일부터 XR 콘텐츠 체험은 일시 중단됐지만 역사관 관람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자리한 전남도농업박물관도 올해 스마트박물관으로 변신한다. 농업박물관은 10억 원을 들여 6월까지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한 ‘실감체험형 헤리티지 팜’을 조성한다.

쌀문화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흙을 만지며 가상현실 공간에서 벼와 채소 등을 재배해 수확할 수 있다. 농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비롯해 가상동물원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월도 조성된다. 정적인 유물 전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쌀문화 전시장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도슨트 시스템’을 도입해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임영호 전남도농업박물관장은 “최근 박물관과 전시관이 미디어아트와 실감미디어 기술을 적용해 차세대를 대비한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통해 박물관을 지역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