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두 달 만에 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한 이유도 ‘세수 예측 실패’로 지난해 11월과 같다. 정부는 2021년도 국세 수입 전망치를 지난해 7, 11월 두 차례 고쳤다.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이달 13일 정부는 다시 지난해 세수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2021년도 예산을 짠 뒤 세 번째 수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에 세수 전망치에서 오차가 날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부는 이미 그해 1월에서 9월까지 걷힌 세금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전망치를 고쳤다. 그런데 그 숫자마저 크게 틀렸던 것이다.
정부는 예상보다 경제 회복세가 강해 세금이 더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제시했다가 6개월 뒤 4.0%로 낮췄다. 성장률 전망치가 뒷걸음질쳤는데 ‘경제 회복세가 강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수 예측 실패로 발생한 많은 초과세수는 결국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밀어붙일 빌미를 줬다. 1월에 추경을 편성하는 건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더 많이 들어온 세금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4월 예산 결산 전에는 초과세수를 쓸 수 없다. 추경 재원 대부분은 적자국채로 충당해야 한다. 올해 국민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2000만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10조 원가량의 나랏빚이 더 얹어지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14일 추경 편성을 발표하며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를 신속하게 환류한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 됐다”고 했다. 적자국채로 빚을 내 추경 재원으로 쓰지만 4월에 초과세수를 쓸 수 있게 되면 빚을 갚겠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그러나 3일 뒤 그는 “초과세수는 부채 갚는 데 쓸 수도 있고, 새 추경 하는 데 쓸 수도 있다.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이로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선이 끝난 뒤 또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여지마저 던져줬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