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신성모독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여성 측은 메시지를 주고받은 남성이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종교재판을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파키스탄 여성 아니카 아티크(26)는 2019년 모바일 게임 앱에서 만난 남성에게 신성모독을 이유로 소송을 당했으며, 라왈핀디 법원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아티크는 왓츠앱을 통해 해당 남성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이슬람 예언자들의 신성을 모독하는 캐리커처를 보내고, 이슬람 성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신성모독적인 자료를 전송했다.
아티크는 자신 스스로가 이슬람 신자임을 밝히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아티크는 “해당 남성이 자신과 교제하는 것을 거부당한 뒤 의도적으로 종교 재판에 끌어들여 ‘복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세에다 라시다 자이나브 아티크 변호사는 “파키스탄 내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자세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신성 모독죄를 적용해 최대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사형을 선고받은 수감자는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다.
신성모독 문제는 파키스탄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신성모독을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피고인들이 자경단원들에 살해되기도 하며, 해당 여론의 압박을 받은 판사들은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도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인권 옹호자들은 사람들이 신성 모독죄를 통해 개인적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특히 개인적 목적으로 상대방을 거짓으로 고발한다 해도 무고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사루프 이자즈 휴먼라이츠워치 소속 변호사는 “국가 안보와 종교 사이에서 혼란이 우려스럽다”며 “사형 선고까지 내려질 수 있는 신성 모독죄를 이용해 서로를 모함하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파키스탄에서 최근 몇 년 동안 SNS를 통한 신성 모독이 화두에 올랐다.
파키스탄 사법 당국은 2016년 통과된 전자 범죄 방지법(PCA)을 통해 SNS에 게시된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측에 신성모독 혐의를 받는 사용자를 식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파르 바티 목사는 무함마드 어머니를 모독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보낸 문자가 아니다”며 “다른 사람이 내 번호를 사칭해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제 종교자유위원회(UCIRF)에 따르면 현재 파키스탄에 약 80명의 사람이 신성 모독죄로 수감돼 있으며, 그중 약 절반의 사람들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