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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대규모 환불 불가피…대금 어디로

입력 | 2022-01-20 13:00:00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넘는 증거금을 모집한 뒤 오는 21일 환불절차를 진행한다.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환불 규모도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환불자금이 어디로 흘러갈 지 주목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결과 LG엔솔에 증거금 총 114조1066억원이 걷혔다. 직전 최대였던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81조원을 크게 웃돈다.

청약을 받은 7개 증권사의 평균 경쟁률은 69.34대 1을 기록했다. 전체 공모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균등물량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전 증권사에서 1주, 미래에셋은 그도 못 받을 확률이 높다. 균등방식을 노리고 청약에 임한 투자자는 최소 증거금으로 지불한 150만원 중 공모가(3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환불받게 된다.

비례방식을 노린 청약자도 1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었다면 4~5주, 균등 포함 5~6주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이 경우도 각자에게 수천만원이 환불될 수 있다. 공모규모 자체가 커서 100조원이 넘는 역대급 증거금이 걷힌 만큼 환불 액수 역시 역대급 규모가 움직이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환불 자금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증시로 흘러가 다른 종목 투자에 쓰일지, 다가올 다른 공모주 투자에 쓰일지, 혹은 증시에서 빠져나갈지는 앞으로 증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의 긴축정책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침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3000선을 중심으로 박스권을 이어가면서도 2900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LG엔솔 청약을 앞두고 그마저도 붕괴될 정도로 약세다. 다시 코스피가 반등하지 않는 한 단기 급등하는 업종을 찾기 어려운 증시 상황에서 환불금이 당장 국내 증시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공모주 투자에 쓰이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공모주 청약을 위해 마련한 증시자금을 다음 공모주 청약에 연달아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공모주 일정은 20~21일 스코넥엔터테인먼트와 이지트로닉스 청약, 24일에 케이옥션과 애드바이오텍 상장이 남아있다.


하지만 LG엔솔 상장일인 27일까지 눈에 띄는 대어급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음달 3~4일에 예정된 현대엔지니어링(현엔)이 차기 대어급으로 거론된다. 현엔 청약까지 아직 기간이 남아있는 데다 HDC현대산업개발 사태로 건설주 전체가 약세인 상황인 만큼 LG엔솔 청약열기가 그 때까지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한다.

이번 자금 중에 ‘빚투(빚내서 투자)’ 비중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대어란 기대에 이번 공모주에 앞서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은행권에 따르면 청약 첫날인 지난 1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0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1조3718억원 불어난 규모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을 느껴 이전보다 ‘빚투’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빚낸 투자자들이 대어급이나 수익률 좋은 투자 종목이 없다면 환불금을 굳이 어딘가에 재투자하기 보다 회수하는 편을 택할 수 있다.

한편 증권사별 균등 배정은 구체적으로 ▲KB증권 1.18주 ▲대신증권 1.74주 ▲신한증권 1.38주 ▲미래에셋증권 0.27주 ▲신영증권 1.58주 ▲하나금융투자 1.12주 ▲하이투자증권 1.68주 수준이다. 미래에셋을 제외하고 모두 1주씩 받을 수 있다. 추첨을 통한 추가 1주 배정은 KB 18%, 대신 74% 등 소수점 자리가 확률이 된다.

증권사별 비례 1주당 증거금은 ▲KB 2020만8000원 ▲대신 1960만5000원 ▲신한 1937만4000원 ▲미래 6336만9000원 ▲신영 1982만4000원 ▲하나 2211만6000원 ▲하이 1981만8000원 수준이다. 1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었을 경우 4~5주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비례와 균등을 합한 물량은 5~6주가 예상된다. 미래에셋은 비례만 1주를 받을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