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기술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메타버스(가상현실) 웨이브에 끼어 들어 올라 탔다고 AF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MS의 액티비전 인수는 전략적 놀음”
AFP는 18일 MS가 비디오게임업체 액티비전을 69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번 거래는 메타버스가 정보기술(IT) 대세로 자리매김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래의 인터넷으로 여겨지는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 현실로 사람들이 센서 등 전자제품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가짜의 현실이며 존재하지 않는다고 AFP는 지적했다. 그리고 MS가 천문학적 자금을 동원한 이유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여전히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AFP는 꼬집었다.
몰입연결선(Immersive Wire)이라는 뉴스레터의 톰 피스케 편집장은 AFP에 MS의 액티비전 인수건이 “메타버스 놀이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수는 게임산업 내부의 전략적 놀음에 더 가깝다”고 덧붙였다.
웨스트스코틀랜드 대학의 테오 자니디스 디지털마케팅 교수는 MS의 인수 투자는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선언에 따른 ‘파급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S가 메타버스와 관련해 페이스북과 얼마나 다른 행보를 보일지에 대한 첫번째 힌트를 준 셈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메타버스 접근법, 페이스북 상향식 vs. MS 하향식
페이스북은 거대한 소셜미디어 제국을 이미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만 개발하면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으로 메타버스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MS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하향식으로 메타버스를 접근한다. 덩어리째 지식재산권을 대량 매입해 기존의 클라우드 및 기업서비스 제국과 통합하는 식이다. 자니디스 교수는 “침묵의 통합이 이뤄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건은 메타버스에 대한 MS의 사고 전환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앞서 MS는 메타버스를 ‘자사 화상회의 프로그램 팀스(Teams)에 아바타 캐릭터를 더한 재미있는 버전’ 정도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기업형 가상현실(엔터프라이즈 메타버스)’라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MS의 목표는 ‘유사 메타버스’(metaverse-like)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인수가 된 것 같다고 써드브릿지의 스캇 케슬러 애널리스트는 비꼬았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의 기둥을 올려 세우고 MS가 그 뒤를 쫓는 형국이지만 실리콘밸리의 다른 IT 공룡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최소 대외적으로 구글, 아마존, 애플은 모두 메타버스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피스케 편집장은 아마존이 내부적으로 메타버스 관련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적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케슬러 애널리스트는 MS가 경쟁을 의식해 너무 시간을 앞서갔을 수 있다며 성차별적 문화와 규제 가능성의 액티비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비전을 가진 MS와 액티비전이라는 두 개의 거대 기업이 통합적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