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에 10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 News1
‘IPO(기업공개) 초대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114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면서 한동안 사그라들었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도 되살아났다. 5대 은행에서만 청약 이틀(18~19일)간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7조원 이상 폭증했고, 일일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도 50% 이상 늘었다. 은행 예금도 청약에 동원되면서 요구불예금 잔액이 하루 새 3조원 가까이 줄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9일 기준 146조2705억원을 기록해 LG엔솔 청약 직전인 17일과 비교해 이틀간 6조9832억원 급증했다.
대출은 주로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이뤄졌다. 19일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6조3579억원으로 17일보다 7조97억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LG엔솔 청약 첫날(18일) 1조3718억원 늘어난 뒤 이튿날(19일) 5조6479억원 급증해 청약 마지막 날에 빚투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도 50% 이상 늘었다. 5대 은행의 마통 개설 건수는 LG엔솔 청약 일주일 전만 해도 1000건 정도였으나, 17일 1451건, 18일 1557건, 19일 1610건으로 증가했다.
은행 예금도 청약에 동원됐다. 5대 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LG엔솔 청약 전날 685조1252억원에서 청약 첫날 682조4188억원으로 무려 2조7064억원이 줄었다.
은행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의 흥행이 예고되자 주식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을 더 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기존 예금도 청약에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특히 연말, 연초에는 기업들이 성과급이나 명절 보너스 등을 지급해 대출 비수기로 꼽히는 시기다.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전월 대비 2000억원 감소한 바 있다.
18일과 19일 이틀간 진행된 LG엔솔 공모주 청약에는 청약 증거금 114조원이 몰렸고, 청약 신청 건수도 442만건에 달해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과 청약 건수(중복청약 금지 이후)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은행권은 이번 LG엔솔 공모주 청약이 한동안 잠잠하던 대출 시장을 다시 자극하는 불씨가 되진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식시장이나 주택시장이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하방압력을 받아 대출이 크게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공모주 청약 등 단기 이벤트가 투자심리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는 만큼 시장 움직임을 계속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