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유희관은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많이 부족했던 나를 아껴준 감독님들과 코치님들,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인생의 3분의2를 바친 야구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된 나는 참 행복한 선수”라며 눈물을 훔쳤다.
유희관은 지난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42순위로 두산에 지명돼 줄곧 두산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KBO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지만, 뛰어난 제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유희관에게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은 나를 대표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도 ‘프로에서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게 노력한 부분이 성과를 냈다”며 “좋은 팀을 만나서 편견을 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5월 4일 LG 트윈스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의 대체 선발로 등판해 거둔 첫 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1’이라는 숫자가 있었기 때문에 ‘101’이라는 숫자가 될 수 있었다”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2015년 첫 우승했을 때”라고 13년의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두산 베어스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둘러보고 있다. 2022.1.20/뉴스1 © News1
하지만 유희관은 “전혀 아니다. 지난해 부진하면서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다. 특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제외돼 후배들이 뛰는 경기를 보면서 ‘이제 내가 물러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했고,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많이 사라졌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좋은 투수들이 성장하는데 내가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방송 3사에서 해설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내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다. 해설위원, 방송인, 코치 등 여러 방향으로 생각 중”이라며 “역할에 상관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 팬들과 두산을 가장 생각하고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며 “앞으로 팬들이 두산 구단을 사랑해주고 프로야구를 더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