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파스와 위장약 등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해 국내에서 팔았다. A 씨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직접 사들인 위장약과 파스는 1만2919점이었다. 구매자가 직접 쓰는 용도의 ‘소비용 해외 직구 물품’에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732회에 걸쳐 나눠 구매했다. A 씨는 관세청에 적발돼 범칙금 1억62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 해외 직구 면세 규정을 어기거나 악용해 관세청에 적발된 단속 금액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A 씨 사례 같은 편법 해외 직구를 막기 위해 지난해 ‘연간 해외 직구 면세한도’를 두는 방식으로 규제 신설도 검토했지만, 일단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단속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악용 사례를 적발하기로 했다.
20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면제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금액은 304억 원으로 전년 104억 원보다 200억 원(192%) 늘었다. 적발 건수는 지난해 121건으로 전년(69건)보다 75% 늘었다. 관세 규정을 악용한 관세사범 적발건수가 17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약품 구매 규정 등을 지키지 않은 보건 관련 건수가 85건, 이른바 ‘짝퉁’ 제품을 해외 직구하는 지적재산권 위반 사례가 20건 이었다.
관세청은 이런 해외 직구 면제 규정 악용을 막기 위해 연간 직구 물품 구매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 등에 연구 용역을 시행했다. 연구 결과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매 횟수에 별다른 규정이 없는 한미 FTA 협정에 어긋나 통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세저항 우려, 과도한 행정비용 등도 걸림돌이다. 직구 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드문 제도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세연은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FTA 협정을 수정해야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소비 행위에 복잡한 규제를 가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관세청은 단속을 강화해 해외 직구 악용 사례를 적발할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나치게 많은 물품을 구매하는 해외직구 사범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행정 인력을 더 투입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류 의원은 “해외 직구로 산 물품의 주요 유통 경로인 중고 플랫폼 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직구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이들에 대한 조사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