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직능별, 연령별 기본소득을 약속하며 현금성 지원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후보는 20일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을, 전날(19일)에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장년수당을 각각 약속했다. 앞서 5일에는 농촌기본소득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초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이 커지자 “당장 하자는 건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그러나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 국민 대상이 아닌 직능별, 연령별 기본소득을 약속하며 다시 논의에 불을 지피고 나선 것.
● 李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예산 부담 안 커”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재원에 대해 이 후보는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은 대상이 아주 협소해 예산부담은 거의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지급 시점에 대해서는 “즉시는 아니고 임기 내 하겠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에도 노년층 공약을 발표하며 “60세 이후부터 공적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연간 120만 원의 장년수당을 임기 내 도입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장년수당 등에 연간 3조 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5일 전남 곡성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농촌기본소득을 도입해 최소한의 삶이 가능하도록 하면 농촌도 살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 중인 농어민수당) 연간 60만 원도 부족하다”고 했다. 장년수당과 농촌기본소득 모두 보편적 현금성 지원의 성격을 담고 있다.
이 후보의 이런 행보는 특정 계층을 염두에 둔 기본소득 공약을 통해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재원 문제 등으로 전 국민 기본소득이 쉽지 않은 만큼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이 후보가 “국민 동의”를 전제로 한 상황에서 직능별, 연령별 기본소득 실시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넓혀가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 6일간 서울 경기 민심 잡기 총력전
이 후보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서울·경기에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진행한다. 설 연휴 직전 판세가 대선 승패를 결정짓는 만큼 인구 2300만 서울, 경기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6일간 ‘1일 1공약’을 발표한다. 첫날인 21일 서울에선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높은 ‘부동산 민심’을 달래는데 집중한다. 서울 지역에 신규 주택을 50만 채 이상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용적률 500%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 △재건축·재개발 신속협의제 도입 등 최근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비롯해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등 일부 도심 철도 지상구간 지하화 △경부고속도로·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 지하화 등을 장기 과제로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서울 주택 수요를 수도권으로 분산하기 위해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완공 등 도심 철도 확충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공항 이전이나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특정 지역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은 이번 공약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재차 사과 의사를 밝히고, 서울 주거 안정을 누구보다 책임질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