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도브라는 비누 브랜드로 국내에 잘 알려진 유니레버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소비재 기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면서도 적잖은 수익을 내는 이 회사는 글로벌 리더십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사인 P&G에 1위 자리를 내주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기에 빠진 이 회사는 2009년 긴급 소방수로 파울 폴만이라는 P&G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스카우트했다. 2019년까지 유니레버 CEO를 맡은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은 하나’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에 나서 판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세계 아동 손 씻기 캠페인은 유니레버의 대표적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이다. 손만 자주 씻어도 질병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을 줄일 수 있다는 이 캠페인으로 유니레버는 소위 ‘개념 있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나아가 유니레버는 손 씻기 캠페인을 제품 연구개발(R&D)을 통해 비즈니스로 연결했다. 위생을 고려하면 흐르는 물에 30초는 씻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30초는 너무 길뿐더러 물 낭비도 심하다는 문제를 혁신의 출발로 삼았다. 유니레버는 10초 만에 세균 99.9%를 제거하는 비누를 개발해 아동의 건강과 회사 수익을 동시에 거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비즈니스와 연계한 유니레버의 전략은 깨끗한 물 마시기 캠페인과 정수 필터 개발, 친환경 캠페인과 물 절약 헹굼 세제 개발 등 다양한 조합으로 전개됐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논문 ‘ESG가 실패하는 경우’에서 “사회적 필요를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충족할 수 있을 때 자본주의의 마법이 실현된다”고 했다. 도덕교과서에 갇힌 기업들의 ESG 활동은 공허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적 혁신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시대다. 기업들이 ESG를 경쟁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차별적 경쟁 요소로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의 돌파구를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시장 창출은 사회에도 기업에도 모두 이롭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