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4년 차 소방관이다. 수많은 화재와 재난 현장을 경험하면서 나 또한 폭발이 발생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건물 벽이 무너져 매몰되었다가 구조된 적이 있다. 최근 평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건을 듣고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물류나 냉동 창고 건축 시에 가연성 소재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이런 건물들은 주로 샌드위치 패널이나 우레탄폼 등으로 시공하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이 거의 불가능하다. 샌드위치 패널은 가연성 소재의 양면을 얇은 철판으로 덮었기 때문에 물을 뿌려도 안까지 닿지 않아 불길을 잡기 어렵다. 둘째로 건축 현장에 살수가 가능한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데다 연소되기 쉬운 건축 소재로 지어지는 물류나 냉동 창고 건물은 화재 발생 시 안에 사람이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그 내부로 소방관이 들어가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진압작전일 수밖에 없다. 셋째로 모든 재난현장에서 현장 책임자는 출동한 소방대에게 현장 상황과 인원의 대피 여부 등을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이번 화재에서는 내부 작업 인원을 처음에는 대체적으로 잘 파악하였지만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누군가가 제시함으로써 구조대에게 혼란을 주었고 결국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장 출동대원에게 열화상카메라가 개인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열화상카메라는 화재현장에서 연기 등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때 적외선을 이용해 사람의 형체나 화점을 인식하는 장비다. 현재 119구조대나 일부 119안전센터에 기관이나 팀별로 지급되어 있는데 아직까지 대원 개개인들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소방관에게는 “갔다 올게”라는 출근길 인사말이 언제든 가족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방관 선배로서 이번에 순직한 후배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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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현만 인천국민안전체험관 관장(소방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