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땐 러 경제적 재앙 보게 될것” 美-러 담판 직전 초강력 제재 경고 반도체업계엔 “러 수출중단 대비를”
러시아, 벨라루스 등 우크라 주변에 병력 13만명 배치 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북쪽에 있는 벨라루스 영토에 진입한 러시아 장갑차들과 군인들. 러시아는 다음 달 벨라루스군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벨라루스에 병력을 배치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접경 지역과 남부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 12만7000명을 집결시킨 상태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 출처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심각한 경제적 후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방식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시험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태가) 통제를 벗어나게 될까 걱정된다”면서 “(침공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6억 달러(약 7150억 원) 규모의 군사 방어 장비를 지원한 사실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14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최고 경영자들에게 “러시아 침공 시 (반도체 등) 글로벌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 차단 등을 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러, 우크라 침공 3단계 시나리오… ①군사 압박 ②국지전 ③전면전”
[우크라이나 일촉즉발]외신들 ‘美-러 최후담판’ 이후 전망
○ “러, 침공 위한 단계적 행동 나설 것”
러시아軍 차량, 접경 지역 훈련장 집결 미국 위성사진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19일(현지 시간) 공개한 러시아 남부 보로네시의 러시아군 훈련장 모습. 흰 눈이 가득한 가운데 장갑차 등 러시아군 차량이 집결한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보로네시=AP 뉴시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앞서 사이버공격을 중심으로 정보전과 심리전 등을 펼치는 ‘하이브리드 침공’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9일 “(러시아가) 사이버 활동을 이용한 (공격을) 하면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가 교란 전술을 통해 국지전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도발해 교전을 유발하면 이 지역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소규모 침공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돈바스 반군 지역에는 러시아 특수부대 300여 명이 주둔해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을 며칠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전체 병력은 115만 명으로 러시아(약 350만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규모가 작지 않은 나라여서 러시아도 장기전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군이 게릴라전으로 나오면 장기전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가 침체된 러시아로서는 큰 부담이어서 초기 전투 승리를 지렛대 삼아 외교적 해결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 美-유럽, 대응 레드라인·제재 수위 논란
서방 진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 및 제재 수위를 놓고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러시아가 경미한 급습(minor incursion)을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내부에서) 다투게 될 것이지만 (대규모 공격을) 한다면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졌다. 소규모 침공은 미국의 레드라인(한계선)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소규모 침공에는 ‘그린라이트(green light·허가)’를 준다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은 침공 규모에 상관없이 러시아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을 제재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전체 천연가스 공급의 40%를 의존하는 독일 등은 흔쾌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