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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중동 순방 마치고 오늘 귀국…수소·방산 성과 속 왕세제·北도발

입력 | 2022-01-21 06:53:00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엑스포 알 와슬 플라자에서 열린 두바이 엑스포 한국의 날 공식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이 21일(현지시간)로 마무리된다.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까지 6박8일간의 일정을 종료하고 이날 이집트를 떠나 22일 한국에 도착한다.

문 대통령은 15일 UAE 두바이에 도착해 16일부터 17일까지 UAE 실무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18일부터 19일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 20일부터 21일까지는 이집트를 각각 공식방문했다.

사실상 임기 마지막 순방이 될 수 있는 이번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수소경제, 방산 수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같은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했다. 또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를 적극 요청했다.

한편 이런 문 대통령의 노력과는 별개로 UAE측 사정으로 왕세제와의 만남이 불발되고 국내에서는 북측의 도발이 지속된 점은 이번 순방의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수소 협력·천궁2 계약…K9 자주포 타결 여부 주목

문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말 그대로 ‘경제외교’에 방점을 뒀다.

특히 방산 수주에 관심이 모아졌던 가운데 문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UAE에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2’(M-SAM2) 수출을 확정지었다. 수출 계약 규모만 4조원대로, 우리 방산 수출 사상 단일품목으로는 최대 규모다.

무기체계 공동 연구·개발과 개발 완료된 무기체계에 대한 공동 구매·생산을 골자로 하는 ‘방위산업 및 국방기술 중장기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이집트에서는 국산 자주포 ‘K9’ 수출 계약 성사도 예상됐던 가운데 이 건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전날(20일) 청와대에 따르면 양국 모두 협상 타결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는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마무리되기 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뒀으나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건설현장인 프린세스 노라 여자대학 1번역을 방문해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중동 국가들이 탈(脫)석유시대를 대비해 수소경제 육성을 비롯한 산업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이번 문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양측 수소 협력도 활발히 이뤄졌다. 관련 MOU가 여러 건 체결된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은 UAE 첫 일정으로 ‘한-UAE 수소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UAE 기업들은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등 수소 산업 전 주기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기도 한 사우디와는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발전 분야의 연료 전환 협력 등 9개의 수소·에너지 분야 MOU가 체결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사우디에서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이자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알-루마얀 회장을 접견하고 사우디 국부펀드와 아람코사(社)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FTA 추진에 있어서도 이번에 성과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걸프지역 6개국(사우디·UAE·카타르·쿠웨이트·오만·바레인) 지역협력 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 나예프 알 하즈라프를 접견했고 이를 계기로 10여년 이상 중단됐던 ‘한-GCC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이나 중국, 일본 등과 같은 주요국과 아직 협상 재개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는 정식으로 협상 재개가 선언이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국가와의 최초 FTA 체결도 추진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전 세계 57개국과 17건(발효 기준)의 FTA를 체결했지만 아직 아프리카 국가와는 체결한 FTA가 없다. 이집트 또한 아시아 국가와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문 대통령 방문 계기 양국 대통령 임석하에 열린 협정서명식에서는 양국 FTA 추진의 효과를 연구해보는 ‘무역경제 파트너십 공동연구’ MOU가 체결됐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적극 홍보…“국민들도 마음 모아주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통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 홍보에 나서며 일명 ‘세일즈맨’의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동지역 첫 등록엑스포인 두바이 엑스포 및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 행사 계기에 UAE를 방문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상품, 기술, 문화, 예술, 관광 수출 증진에 기여하는 동시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고위급에서 본격적인 지원 활동에 나선다는 복합적인 의미”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는 공식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두바이를 방문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이 부산 엑스포 유치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UAE 첫날이자 중동 순방 공식 일정 첫째날이었던 16일 문 대통령은 ‘2020 두바이 엑스포’의 ‘한국의 날’ 공식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2030년 한국의 해양 수도 부산에서 다시 만나 세계의 대전환이라는 담대한 항해에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7일에는 두바이 한국 우수상품전 내 마련된 부산 엑스포 홍보부스를 찾은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부산 2030 엑스포가 이제 해외에서 (홍보활동이) 시작이지만 국내에서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 느낌”이라며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UAE를 떠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먼저 부산엑스포 유치에 마음을 모아주길 바란다”면서 ‘국민적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알 막툼 UAE 총리 면담과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은 “두바이 엑스포 유치 경험을 공유하길 희망한다”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사우디로 넘어가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자”며 서로의 선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2030년 수도 리야드에서의 엑스포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집트에서도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에게 지지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단독회담에서 그런 요청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들의 활약’을 치켜세운 점도 이번 순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UAE에서 두바이 엑스포 한국의 날을 계기로 열린 ‘2022 두바이 한국 우수상품전’ 참관 당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가운데 “삼성이야 여러 가지 혁신이 가능한 기업”이라고 했고 현대·기아차 부스에서는 현대차의 전기차 보급 성장률을 칭찬하며 “정말 수고가 많다”고 격려했다.

사우디에서는 삼성물산이 부분 시공한 리야드 메트로 건설 현장을 찾아 “리야드 메트로는 우리 사우디에서 처음 건설되는 메트로이고 또 처음 구축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라며 “그 중요한 역할을 우리 삼성물산이 맡고 있으니 정말 자랑스럽다. 리야드 메트로는 사우디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비전2030’ 사업의 핵심적인 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UAE 왕세제와의 만남 불발…北 도발 지속

당초 문 대통령은 16일 두바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7일 UAE 수도 아부다비로 넘어가 ‘UAE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만찬 또는 오찬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UAE 측 사정으로 불발됐다.

이런 사실은 16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순방 기자단과 만나 “뉴스를 보니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회담이 (순방 일정에) 포함된 경우가 있던데 (바뀐) 일정을 참고해달라”며 당일(16일)에 있던 문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두바이 통치자) 간 만남이 ‘양국 정상회담’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공식화됐다.

문 대통령이 2018년, 2019년에 이어 이번 순방에서 또 한 번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정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관계자는 UAE측이 정확한 사정은 밝히지 않고 ‘예기치 못한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다고 전해왔다며 그것이 ‘코로나19와 같은 방역 상황인지 이곳의 정치 상황인지’ 또한 알기 어렵다는 점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아부다비에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이 가해졌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내 신축 건설현장과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원유 시설에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날(18일)에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이 후티 반군이 점령한 예멘 수도 사나에 보복 공습을 하면서 최소 2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의 아부다비행(行) 불발이 이러한 예멘 내전 상황과 연계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후 문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동행한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국내에서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이 설명에 나섰으나 모두 명확한 설명을 내놓진 못했다.

임 특보는 “제가 알기로는 관련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더 구체적으로는 외교관계상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양해해달라”고 했다. 박 수석도 1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출국 전 이런 (만나지 못하는) 상황들은 공유가 된 것”이라며 “다만 외교는 서로 약속이 있어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지 못함을 양해해달라. 이후 대통령과 왕세제가 25분간 통화를 했는데, 왕세제가 직접 회담에 나오지 못한다면 전화라도 드리겠다고 이미 조율이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여타 순방 때와 같이 이번 순방에서도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가운데 북한의 도발이 지속된 점도 문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지점’으로 꼽힌다. 북한은 올 1월 들어 5일, 11일, 14일, 17일까지 총 네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20일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17일에는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는 공개 지시를 내놨지만 20일에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날(20일) 공개된 이집트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을 보았을 때 평화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구축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국내 상황을 다독이려는 노력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여파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같은 날(20일)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게 기정사실화됐다”며 “총리를 중심으로 범부처가 총력 대응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카이로·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