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팁]허리디스크 진단과 수술시기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통증의 양상과 발생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냥 버텨도 되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조 교수는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의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세계요추학회, 세계척추변형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수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의료 행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증세에 맞춰 6주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뒤 빠른 진단에 이어 ‘일사천리’로 수술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수술 결정 전 몸 상태 충분히 살펴야”
5년 전 40대 이강직(가명) 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허리디스크였다. ‘과잉 수술’이 의심됐지만 어쨌든 수술은 잘된 듯했다. 통증 원인을 찾다가 수술 부위 주변에서 수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검사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을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잘못 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 됐다. 이 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3년 전 60대 여성 김민순(가명) 씨는 허리와 엉덩이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세다. 김 씨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도 별 의심 없이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알고 보니 엉덩관절(고관절)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술인 것이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이처럼 고관절, 말초신경장애, 혈관 협착, 하지 혈류장애 등이 원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환자나 의료진이나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할 수도
이와는 반대로 수술을 기피하는 환자들도 적잖다. 조 교수는 “보존적 치료가 듣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간편한 ‘시술’을 해 달라거나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나중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씨는 통증을 참고 버텼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고,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4년 만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조 교수가 보니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관의 80% 이상을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미(馬尾·말꼬리)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마미’는 요추 1, 2번에서 시작되는 신경다발인데,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가 심하게 압박 받으면 통증과 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증세를 체크하며 자가 점검하라”
그렇다면 언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까. 조 교수는 “스스로 증세를 체크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마비와 통증 여부를 먼저 체크하고, 이어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첫째,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통증을 동반하는 마비가 나타날 때 수술을 검토한다. 통증이 없는 마비 증세는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디스크 돌출 부위가 너무 클 경우 갑자기 넓은 부위에 걸쳐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협착 등이 겹치면서 발목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먼저 6주~3개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통증 때문에 △보행이 어렵거나 △5~10분 이상 서 있기 힘들거나 △가만히 있기도 힘들 정도면 수술을 고민해야 한다.
허리디스크 예방법… “의자 등받이에 기대기보다 코어 근육 써야”
허리디스크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앉아있을 때부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시선도 중요하다. 사무 작업을 할 때 목만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30분마다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할 것을 추천했다. 조 교수가 스트레칭 동작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스쾃 같은 코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이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추천했다. 등을 뒤로 젖힌 뒤 10초 동안 유지한다. 최소 10회를 반복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선까지만 몸을 젖혀야 한다.
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30분마다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할 것을 추천했다. 조 교수가 스트레칭 동작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스트레칭을 할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할 때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동작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