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왼쪽)과 정영학(오른쪽). 사진=동아일보 DB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이 유출돼 연일 보도되고 있다고 지적한 가운데 재판부는 녹취 파일에 대한 추가 복사를 허용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회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미 (기소 이후) 시일이 많이 지났는데도 검찰이 신청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등사(복사)를 허용하라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 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업 수사의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이 연달아 공개됐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재판에는 성남도공 실무자인 한 모 씨가 지난 기일에 이어 다시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사업협약서 재수정안에서 수정안에 있던 초과이익환수 부분이 삭제된 이유나 경위를 아느냐”고 질문했고 한 씨는 “(해당 조항이 삭제된)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담겼다.
보도된 녹취록 속 김 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에서는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린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명단과 금액 배분 계획도 나왔다. 김 씨는 곽상도, 박영수, 최재경, 김수남, 권순일, 홍선근 등 ‘50억 클럼’ 멤버 6명의 이름을 말하며 “50억씩 300억 원”을 언급한다.
검찰은 녹취록 내용이 보도되자 즉각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자단에 입장문을 내고 “형사사건의 조서, 녹취록, 녹음파일 등이 맥락과 사실관계 확인 없이 유출될 경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 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